[뉴스피크] 놈이 온다
놈이 온다.
매번 느끼지만, 놈은 고수임이 틀림없다.
놈은 기다릴 줄 안다. 동치미 국물이 다 쉬어 터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갑자기 나타나, 동네 계집애들 치마를 들춘다.
놈의 발은 부드럽기가 꽃잎과도 같다.
거대한 꽃잎은 천지를 뒤덮어, 난 매번 밟히고 만다.
냄새는 독한 술과 같아, 심장이 아릴 정도로 진하다.
나의 외로움은 놈에게 밟혀,
악 소리도 못하고 터져 버린다.
봄이 온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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