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 삼국지, 새로 읽다!(8)
삼국지는 제목부터도 삼(三)이 나오듯이 삼(三)을 위주로 해서 전개되는 사건들이 너무도 많다. 유비는 도겸이 권하는 서주(徐州)를 세 번 사양하는가 하면 공명의 초려(草廬)를 세 번 찾아간다. 공명이 주유를 크게 분노케 한 것이 세 차례이고, 또 공명이 자룡에게 준 지혜주머니가 세 개다.
이렇듯 거의 대부분이 삼(三)으로 짜여 있는데 묘하게도 등장인물의 성명만은 삼(三)을 이루지 못하고 대개가 두 글자이다. 유비, 관우, 장비가 그렇고 조운, 마초, 황충이 그렇다. 손권, 주유, 노숙이 그렇고 조조, 순욱, 곽가가 그렇다. 이밖에도 원소, 동탁, 여포, 장료, 여몽, 강유 등 모두 다 거론하기 어렵다.
제갈량(諸葛亮)도 겉으로는 성명(姓名)이 석 자이나 제갈이 복성(複姓)인 것을 보면 사실 이름은 외자이고, 하후돈, 사마의 역시 복성으로 외자이다. 이렇게 삼국시대 등장인물의 성명은 특별한 예외를 빼고는 대부분 외자인 이유가 무엇일까?
제갈량(諸葛亮)도 겉으로는 성명(姓名)이 석 자이나 제갈이 복성(複姓)인 것을 보면 사실 이름은 외자이고, 하후돈, 사마의 역시 복성으로 외자이다. 이렇게 삼국시대 등장인물의 성명은 특별한 예외를 빼고는 대부분 외자인 이유가 무엇일까?
선진시대(先秦時代) 그러니까 중국 고대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대부분 외자였다. 다시 말해서 성명을 합쳐서 모두가 두 글자뿐이었고, 석 자로 된 성명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춘추공양전』에 두 글자 이름을 꺼렸다는 기록도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인구가 증가하다보니 한나라 때에 이르러서는 같은 이름으로 인한 혼동을 초래하는 불편이 심해지자 이름을 두 글자로 하는 경향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같은 풍조는 또 다시 왕망(王莽)에 의해 한 차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왕망은 옛 방식인 외자를 선호하여 자신도 그렇지만 이름을 한 글자로 해서 두 글자 성명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 후 왕망과 그가 세운 나라는 사라졌어도 그 영향 때문에 후한말 삼국시대에도 여전히 이름을 외자로 쓰는 경향이 성행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외자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연의 저자인 나관중에게 그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것이다.
* 필자소개
송강호 : 삼국지 칼럼니스트, 번역비평가. 국내 삼국지 역본에 대한 제반 문제를 검토하고 번역비평의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평론으로 <삼국지를 찾아서>, <삼국지 번역비평의 오해와 진실>이 있으며, ‘난중일기로 보는 삼국지’ 등 다양한 주제로 삼국지 강의를 펼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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