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와 전통시대의 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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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와 전통시대의 관상
  • 송강호(삼국지 칼럼리스트)
  • 승인 201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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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 삼국지, 새로 읽다!(5)

삼국지 독자들이라면 유비가 등장하는 대목에 나오는 그의 모습에 신비로움을 느낄 것이다. 오늘날 과학의 눈으로 보기에도 자신의 귀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귀 그리고 무릎을 지나는 두 손! 분명 특이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모습을 문자 그대로 형상화시키면 참으로 기이한 체모(體貌)가 될 것이다. 그 같은 모습을 만화 속에서 우리에게 각인시켜준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우영 화백의 작품 속 설명일 것이다.
 

▲ 삼국지연의 유비의 상. ⓒ 뉴스피크
그렇다면 당시 연의 저자는 왜 그 같은 설명을 하고 있는가? 귀가 큰 사람은 부처님 귀라서 귀인상(貴人相)이라는 것이 얼마간 이해되는 일이지만 팔이 길어서 무릎 아래까지 내려온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전통시대의 상법(相法)을 보면 팔과 손은 위에 위치하여 하늘을 상징하니 임금이 되고 다리와 발은 아래에 위치하여 땅을 상징하니 신하가 된다. 팔은 다리보다 길어야 하고 다리는 팔보다 짧아야 한다는 설명이 있다.
 
그런가 하면 팔이 너무 짧은 자는 초년에 고생이 심하고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며 팔이 길어서 무릎을 스치면 천자(天子)가 될 상이라고 하였다. 이것을 보면 유비의 팔이 왜 무릎을 지날 만큼 길어야 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전통시대의 관상에서는 긴 팔이 귀인상(貴人相)이라는 감상이 있었던 것이다. 대개 오늘날의 합리적이라는 과학의 입장에서 볼 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대부분 그처럼 전통적인 과학이 풀이한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삼국지에 나오는 주인공 가운데 오직 유비만 그러한 관상이었는가? 그렇지 않다. 모종강본 119회를 보면 공명과 지략을 다툰 사마의(司馬懿)의 손자이자 사마소의 맏아들인 진나라 무제 사마염(司馬炎)도 ‘양수과슬(兩手過膝)’이라고 하여 두 손이 무릎을 지났다는 내용만은 똑같이 나온다.
 
이것을 보면 팔이 길다고 하는 것은 분명 전통시대 상법에서 주목을 요한 것임에 틀림이 없는 일이다. 이 같이 삼국지에는 현대 과학과 전통시대의 관상을 비교해 보는 묘미가 있으니 이 또한 삼국지를 읽는 즐거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필자소개
송강호 : 삼국지 칼럼니스트, 번역비평가. 국내 삼국지 역본에 대한 제반 문제를 검토하고 번역비평의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평론으로 <삼국지를 찾아서>, <삼국지 번역비평의 오해와 진실>이 있으며, ‘난중일기로 보는 삼국지’ 등 다양한 주제로 삼국지 강의를 펼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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