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 ‘먼지행성’, 먼지 같이 사라지는 인생에 따뜻한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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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먼지행성’, 먼지 같이 사라지는 인생에 따뜻한 위로를
  • 윤민 기자
  • 승인 2024.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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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다양성만화제작지원작 김소희 작가의 ‘먼지행성’을 권하며

[뉴스피크] 

일상을 사는 이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버려지는 것이거나 어쩔 수 없는 상실과 포기의 시간이 아닐까? 거대한 산업사회에 살다보면 우연한 사고는 결코 예방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살아갈 수 있는 기대와 희망이 빤히 막히거나 외면당했을 때 느끼는 절망과 허무는 결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때 버림받은 자는 너무 가련하고 불쌍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일상 자체는 견딜 수 없는 악몽과 자책 그리고 분노의 시간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 '먼지행성' 책 표지. 교보문고 책 소개 갈무리 ⓒ 뉴스피크
▲ '먼지행성' 책 표지. 교보문고 책 소개 갈무리 ⓒ 뉴스피크

개인에게 상실의 경험은 어떻게든 한번쯤 경험하게 될 듯하다. 실연의 아픔도 있겠고, 학교와 직장에서의 도전과 경쟁에서의 패배나 실패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모든 것에서 버려진다는 궁극의 체험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사회인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커다란 공동체로 시야와 기억을 넓혀봤을 때 우리는 잊고 싶을 정도로 처절했던 버려짐의 순간을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도 서울 시내의 한복판에서나 섬에서 내다보이는 남해의 바다 위에서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수많은 기대와 희망과 외침이 있었지만 그들은 버려졌다고 말할 정도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그들의 가족들 역시 절망의 시간 위로 버려졌다. 김소희 작가는 그 버려짐의 기억을 짧은 단편의 소소한 이야기로 압축해놓았고, 자조적인 한마디로 마무리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구조대를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이렇게 잔잔하고도 소름끼치는 격렬함이라니. 

▲ 보는 이를 먹먹하게 하는 잔잔하고 결렬한 '먼지행성'의 장면들. ⓒ 뉴스피크
▲ 보는 이를 먹먹하게 하는 잔잔하고 결렬한 '먼지행성'의 장면들. ⓒ 뉴스피크

물건도, 사람도 쉽게 버려지는 시대에 우리는 ‘먼지 행성’에서 가족이 되었다!

태양계의 청정 유지를 위해 그들의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 ‘먼지 행성’. 이곳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딸을 잃은 나오와 떠돌이 상인 츄리,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리나와 고양이 로봇 깜이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언젠가 자신들의 터전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은 채, 쓰레기더미 속에서 살아간다. 어느 날, 리나는 깜이와 함께 아주 먼 곳에서 밝게 빛나는 빛을 발견하고,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비밀스러운 모험을 시작한다. 빛을 따라 돌산을 오르던 리나는 그만 발을 헛디디지만, 낡은 기록봇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한다. 기록봇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리나는 나오, 츄리와 함께 기록봇 안에 담겨 있던 과거의 기록 영상을 보게 되는데, 그 내용에 이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물건도, 사람도, 쉽게 버려지는 쓰레기별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지게 될까? _ 교보문고 책 소개 

▲ '먼지행성' 교보문고 책소개 갈무리. ⓒ 뉴스피크
▲ '먼지행성' 교보문고 책소개 갈무리. ⓒ 뉴스피크

이 작품을 쓴 김소희 작가는 자전적 이야기 ‘반달’, 만화영상진흥원 2020년 다양성만화제작지원작 ‘자리’와 게임 속 세상을 통한 청소년들의 성장 이야기 ‘민트맛 사탕’을 선보였다. ‘자리’ 역시 상실의 시간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니, 작가에게 이 세상은 슬픔과 그걸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과 그 희망을 발견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은지도 모르겠다. 

▲ 김소희 작가의 '자리'. 교보문고 책소개 갈무리.  ⓒ 뉴스피크
▲ 김소희 작가의 '자리'. 교보문고 책소개 갈무리. ⓒ 뉴스피크
▲ 한없는 절망을 이야기하는 듯한 작가는 그래도 한 조각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리' 교보문고 책소개 갈무리. ⓒ 뉴스피크
▲ 한없는 절망을 이야기하는 듯한 작가는 그래도 한 조각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리' 교보문고 책소개 갈무리. ⓒ 뉴스피크

 

이번 역시 다양성만화제작지원을 통해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그래픽노블로 피보다 진한 사랑으로 하나 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적인 트라우마를 개인의 잔잔한 일상에서 녹여내는 담담한 서사의 힘도 놀랍지만, 담담하게 슬픔과 절망을 마주하는 그 모습도 인상적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단단하고, 용감한 존재임을 발견하게 된다. 

줄타기처럼 아찔한 사회, 끝이 없는 나락이 기다리는 세상에서 작가는 나름의 메시지를 슬프지만 잔잔하고, 먹먹하면서도 단단하게 전해주는 듯하다. 

▲ '먼지행성'의 가족들. 교보문고 책소개 갈무리. ⓒ 뉴스피크
▲ '먼지행성'의 가족들. 교보문고 책소개 갈무리. ⓒ 뉴스피크

‘먼지행성’을 통해 가슴 깊게 묻어두었던 슬프고 안타까운 기억을 되새기며, 그를 마주할 일상의 용기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공동체에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기를 권해본다.  

 

이 기사는 위클리툰(www.weeklytoon.com)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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