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의 두 작가 이야기 레아 뮈라비에크와 김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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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의 두 작가 이야기 레아 뮈라비에크와 김금숙
  • 윤민 기자
  • 승인 2024.0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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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에서 그래픽노블 작가를 만나다
앙굴렘, 레아 뮈라비에크 Léa Murawiec, ‘그랑 비드 Le Grand Vide’
서울/강화, 김금숙, ‘내 친구 김정은’과 ‘풀’

[뉴스피크] 

한 젊은 프랑스 만화작가가 대한민국 서울을 찾았다. 첫 작품으로 유수의 만화상을 휩쓸면서 화려하게 데뷔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서울국제도서전을 맞아 한국과 한국의 작가와 독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 만화 '그랑 비드'
▲ 만화 '그랑 비드'

레아 뮈라비에크 Léa Murawiec의  첫 작품 ‘그랑 비드 Le Grand Vide’가 워낙 독특하고 인상적이다. 

‘그랑 비드’는 미지의 세계이자 유토피아와 비슷한 곳이다. 

주인공은 아주 특별한 도시에 사는 마넬이다. 그 도시가 특별한, 어쩌면 이상한 이유는 사람의 이름값에 존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의 간판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도시에 사는 사람의 이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랑 비드’로 떠나는 꿈을 가지고 있던 마넬 나에르는 주로 작은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같은 이름의 가수가 너무나 유명해진 것이다. 마넬 나에르가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그녀는 심장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다소 파격적이고 과격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마넬은 샐럽 반열에 오르고 불멸의 삶을 살게 된다. 

한국을 찾은 '그랑 비드'의 작가, 레아 뮈라비에크 Léa Murawiec
▲ 한국을 찾은 '그랑 비드'의 작가, 레아 뮈라비에크 Léa Murawiec

 

설정도 방식도 이색적이면서도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 덕분에 ‘Le Grand Vide’는 2021년 8월 출간되자마자 곧장 대중과 비평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얻는다. 

특히 Actuabd 편집부로부터 ‘2021년의 앨범’으로 선정되었으며, 2022 앙굴렘 페스티벌에서 Fauve du Public(관중상)을 수상했고, 볼로냐 국제아동도서 박람회 만화, 청소년 카테고리에서 "Mention"(좋은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녀와 만나는 김금숙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픽노블 작가이다. 각종 국제 만화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의 현실과 내면에 깊이 뿌리내린 작가의 만화는 시대와 역사를 대변하는 좋은 작품이자 예술로서 한국만화의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픽노블 작가, 김금숙.
▲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픽노블 작가, 김금숙.

 

시간과 지역이 너무 다른 이 두 작가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그 궁금증은 모든 그래픽노블 팬들에게 공통의 화두일 것이다. 마침 프랑스문화원은 서울국제도서전을 맞아 두 작가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서울국제도서전 프랑스관에 전시된 '그랑 비드'와 그 아래쪽 불어로 번역된 김금숙 작가의 '풀'
▲ 서울국제도서전 프랑스관에 전시된 '그랑 비드'와 그 아래쪽 불어로 번역된 김금숙 작가의 '풀'

 

좀 더 화려해지고, 좀 더 다양해진 서울국제도서전의 입구를 들어서면 맨 먼저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스와 그 뒤로 그랑 비드의 그림이 크게 인쇄된 프랑스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거기서 오른쪽 벽을 따라 끝까지 가면 작은 이벤트 공간이 나오는데, 레아와 김금숙 작가와의 수다와 대담이 마련된 자리였다. 

 

예정된 시간이 2시 30분이 되자 작은 공간은 가득차고, 접혀지고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의자들이 급히 뒤편의 좌석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레아 작가와 김금숙 작가가 준비된 연단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대담이 시작되었다. 

대담의 진행은 그랑 비드를 출판한 도서출판 이숲의 대표가 맡고, 중앙에 레아 작가와 김금숙 작가가 그리고 그 옆으로 통역이 자리 잡았다.  

대담에서 처음 만난 김금숙 작가와 레아.
▲ 대담에서 처음 만난 김금숙 작가와 레아.

 

먼저 간략하게 본인을 소개하면서 행사는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레아 뮈라비에크입니다. 이번에 한국에 처음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프랑스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을 하였습니다. 파리에 있는 에스티엔 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그 이후에 앙굴렘에서 만화를 공부를 하였습니다. 또 앙굴렘에 있는 ‘작가의 집’에서 작품을 준비했고, 지금 여러분께 소개해 드린 ‘그랑 비드’가  첫 번째 작품입니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레아 뮈라비에크 Léa Murawiec는 에콜 에스티엔(École Estienne)에서 공부한 후, 2018년에는 앙굴렘에서 국립 예술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의 졸업 작품은 "Endurance"라는 다중 선택형 만화​(독자가 이야기의 흐름과 결말을 선택하는 대화식 형식의 만화)였으며. 학업 중에 상하이에서 에르미스 프로그램을 수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는 김금숙이고 해외 이름으로는 작가 이름으로는 금숙 정드리 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고 프랑스에서는 설치 작업, 조각 교체 작업을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만화가가 됐는데 지금까지 10권 이상의 책을 출간을 했네요. 저는, 저의 만화 철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보편성을 이야기하는 그런 걸 만화 속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손님(?)인 레아 작가에게 첫 번째 질문이 시작되었다.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언론에서 많이 회자되는 ‘그랑 비드’. 왜 이 작품이 이렇게 많은 인기가 있을까? 작가가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전혀 기대를 못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이런 만화들이 많이 출간되곤 하지만 대부분 성공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에 별로 기대가 없었어요. 그런데 제 기대와는 달리 정말 여러 언어로 번역이 되고 국경을 넘어서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어서 너무나 기쁘게 생각을 합니다. 이 ‘그랑 비드’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요즘 SNS를 사용하는 이슈 이런 것들과, 또 그래픽적인 요소와 잘 어우러져서 이처럼 인기를 끌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제가 사실 이 그림을 직접 그리고 이야기를 직접 쓴 사람으로서 인기를 설명하기보다는 아마 독자 분들이 자신이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를 더 잘 설명을 해 주실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현재가지 2만 5천여 부가 팔린 ‘그랑 비드’, 한국에서면 만화책을 넘어 일반 단행본에서도 순위권에 들 만한 판매량이다. 

이어 김금숙 작가의 최근에 새로 발간한 책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김금숙 작가의 작품들.
▲ 김금숙 작가의 작품들.

 

“제목이 좀 도발적이에요. ‘내 친구 김정은’이라는 작품이에요. 요즘 북한 오물 풍선 등 여러 가지 이슈가 많은데, 이 책을 쓰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가벼운 질문에 똑 부러진 대답이 돌아온다. 김금숙 작가의 성격과 작품이 대화 속에도 녹아 있는 듯해서 듣는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든다. 

 

“제가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요. 제목에서 멈춰주지 마세요. 대부분의 분들에게 굉장히, 사실은 예민한 주제인 거는 알아요. 그런데 일단 ‘내 친구 김정은’이라는 제목 때문에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 거기서 멈추시는 분들이 계세요. 제가 그거를 피드백을 받았는데, 그 책을 읽으신 분들은 너무너무 좋아하시고 감동적이라고 하셨어요.

왜냐? 이것은 평화의 메시지기 때문이에요. 내가 김정은이 정말 내 친구라서 ‘내 친구 김정은’이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여러분들이 꼭 책 안을 일단 좀 읽어보시기를 제가 강추 드리고요.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때, 여러분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의 할아버지 세대, 부모님 세대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셨어요.

재산의 피해도 굉장히 많았고 그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엄청나게, 우리 뼛속까지 있단 말이에요. 반공 교육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나라 지금 대한민국이 사실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 상태잖아요. 전쟁이 잠깐 쉬고 있는 거란 말이죠. 지금 북한과 남한 사이에 긴장감이 최고조 되어 있어요. 평화는 갖기도 어렵지만 정말 지키기는 더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물론 강화도에 살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을 더 많이 느낄 수도 있는데 그래서 평화가 더 얼마나 중요한 건지 그거에 대해서 반전과 반핵 그리고 평화에 대한 메시지로 이 책을 냈습니다.” 

 

책을 먼저 읽어본 이숲 대표는 방대한 인터뷰의 양에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 감탄을 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이유, 만드는 기간이 당연히 궁금해진다. 

 

“일단 이 만화를 작업해서 책을 내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요. 저 같은 경우는 사실 3부작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풀’이 일제강점기 태평양 전쟁 때 여성이 전시 상황에서 성폭력을 당하고 노예처럼 인권을 착취당한 것을 책으로 냈고 두 번째로 전쟁으로 인해서 너무 많은 이산가족이 생겼고 고아들이 생겼어요. 그래서 전쟁의 아픔을 이야기한 게 ‘기다림’이라는 책이고, 그러면 이제 3부작에서는 평화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싶다. 그래서 기획을 했고 ‘김정은’이라는 인물을 이야기를 해보자 했는데 너무 어려운 거예요, 암담하고. 

어차피 저는 만화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세계를 이해하고 사회를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려고 시도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라는 인물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스페셜리스트 전문가들을 만나서 그에 관련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북한과 그를 만난 사람이 김정은에 대해서 어떻게 보았는지 그거에 대해서 이제 이야기를 하자 기획을 했어요. 

(책 중간에 있는) 페피노는 사실은 애초에는 없었던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제가 작년 중남미 페스티벌에 초대돼서 사인회를 갔었는데, 콜롬비아 인들이 한국전쟁 때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유엔군으로 파견된 거예요. 그때 그 먼 나라에서 비행기로 30시간이 넘게 걸려서 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사람들이 이 먼 나라까지 와서 싸우면서 아이를 데리고 갔단 말이죠. 그 아이의 사연을 제가 듣게 됐어요. 제가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눈물이 너무 나더라고요. 이 아이의 사연을 제가 들으면서 이 아이를 통해서 김정은의 딸 김주혜가 비슷한 나이인데 그 아이를 통해서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꼭 내가 할 수밖에 없겠다,  해야겠다 해서 페피노를 집어넣은 거예요.”

 

그때 책의 제목에 관한 재미난 에피소드를 이숲 대표가 말해준다.  

“잠깐 이 책 제목에 대해서 이제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김정은이 유학 시절에 그 친구한테 말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김정은은 어떤 사람이냐 그러니까 ‘내 친구 김정은?’ 하고 대답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제 거기서 제목을 뽑으신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나의 책에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고, 그 책 자체도 표지부터 다양한 사연을 갖는 법이다. 

레아의 ‘그랑 비드’ 역시 보는 이들을 궁금하게 하는 사연들이 넘쳐난다. 이숲 대표가 그 궁금증과 자신의 해석을 묻고, 이에 레아 작가가 책에 담긴 자신의 생각을 답해준다.  

 

“어쩌면 이 작품이 우리 현실 사회에 대한 위험에 대한 경고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이제 이 책에서 보면 그 현실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었다면 나중에 ‘그랑 비드’라는 곳은 새로운 어떤 대안의 세계인 것처럼 묘사돼요.” 

 

“네, 사실 저에게 있어서 나중에 나오는 ‘그랑 비드’ 같은 경우에는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곳이에요. 왜냐면 그 누구도 그 세계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두려움으로 인해서 그 생태를 갖고 싶어 하지 않아요. 이 ‘그랑 비드’ 속 모든 인물들은 모든 사람들이 굉장히 핫하다고 여기는,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 지역에서 나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다른 거는 관심을 두지 않죠. 

제가 이 책을 쓰면서 (생각한 것은) 죽은 이후에 사람들이 이름을 남기잖아요. 자기의 흔적을 살아 있었다는 흔적을 지구상에 남기기 위해서 이름을 남기는데요. 프랑스의 공동묘지 같은 데 보면 그 사람의 삶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이름 만에 쓰여 있어요. 또 우리가 이제 거리나 어떤 건물들을 보면 어떤 사람의 이름을 붙이죠? 그게 하나의 은유라는 느낌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꼭 SNS와 요즘 시대에 그런 이슈와 관련 지은 것은 아니었고 이러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어쩌면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그랑 비드’를 쓰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스토리, 그 배경이 되는 우리의 삶이라는 게 뭔가 대단한 것, 특별한 것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주변의 소소하고, 당연한 것에 출발한 것임을 알게 될 때가 많다. 그런 이야기에 또 우리는 더욱 쉽게 공감하고, 자신만의 해석과 상상을 통해 또 다른 즐거움을 찾는 게 바로 책읽기의 즐거움인 것이다. 레아 작가의 첫 책이 벌써 11개국에 수출되고 기대치 않았던 호응을 얻어낸 이유는 바로 이런 평범한 일상에서 나오는 너무나 독특한 상상력이 모두의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해주는 아닐까? 

이제 작가에게는 자신의 성공을 보장해준 이 자연스러운 상상력을 계속 이어가는 일이 될 것이다. 

 

“제 ‘그랑 비드’가 저의 첫 작품이었는데 제가 기대하지 못했던 성공을 거두었고요. 그렇지만 굉장히 좋은 것은 예전에는 제가 혼자서 쓰고 전혀 독자들을 만나지 못했잖아요. ‘그랑 비드’를 통해서 많은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고 또 독자들로부터 굉장히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점은 너무나 좋았어요. 사람들에게 제 작품을 통해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제가 제 방에서 혼자 시작을 하면서 전혀 부담이 없는데, 이제는 데뷔를 했기 때문에 전문가로서 책을 소개해야 돼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좀 겁이 나는 점도 있기도 합니다.”  

 

문득 이숲 대표가 그녀의 그림에서 약간 동양적인 정서가 느껴진다고 묻는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일본 만화를 많이 읽고 자랐고요. 지금도 만화를 많이 읽고 있습니다. 또 일본뿐만 아니라 서양에 많은 만화들 그리고 유럽 작가들의 그러한 작품들도 많이 읽고 자라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영향을 받아서 조금 그런 동양적인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동양적인 그림, 한국적인 문화와 그림은 아무래도 김금숙 작가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단지 3부작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작품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침없고 명쾌한 김금숙 작가의 인터뷰는 작품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주는 듯하다.
거침없고 명쾌한 김금숙 작가의 인터뷰는 작품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주는 듯하다.

 

“사실은 저의 모든 작품은 제가 겪거나 개인적으로 조금 더 제가 들어가거나, 저의 일부분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저희 모든 작품들이 그것이 많이 들어가 있느냐 적게 들어 있느냐 그거에 따라 다른 거지 저의 삶의 일부부가 다 들어가 있어요. 

난임 부부의 이야기인 ‘내일은 또 다른 날’이나 발달장애 있는 뮤지션의 이야기인 ‘준희 오빠’도 마찬가지고 그게 제가 겪은 것을 약간 이제 픽션화시킨 거예요. 

‘내일은 또 다른 날’ 같은 경우는 사실은 제가 제 나이가 50이 넘어갔어요.

이제는 근데 여성의 나이에서 그러니까 모든 그냥 인간이 50을 넘어가면서 여성은 다른 삶을, 육체적으로 다른 것을 또 겪게 됩니다.

그때 당시가 코로나 기간이었는데 제가 여성의 삶에서 이렇게 페이지를 넘어가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 내 몸이 겪고 있고 내 정신이 겪었고 그런 것들 그러니까 삶의 선택에 대한 거나 이런 것을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책을 냈어요). ‘개’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파양되는 개들이 너무 많잖아요. 근데 개와 같이 살다 보니까 얘네들이 얼마나 정말 대단한 존재들인지, 끊임없이 기다리는 존재들인지 (알게 됐어요). 그거에 대해서 좀 동물권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쓴건대) 저 나름대로 어떤 투쟁, 항쟁의 의미인 거죠.” 

 

작가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다. 만화작가들은 거기에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능력까지 있어야 한다. 그들은 어떻게 만화가의 길을 가게 되었을까? 

 

“저는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꿈이 만화 작가였어요. 그래서 만화 관련된 그림들을 굉장히 많이 그렸는데 왜 그랬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할 때는 만화가라는 직업이 진짜 직업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를 하게 됐어요. 혹시 만화가로서 내가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다른 좀 안정적인 직업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래픽 디자인을 디자이너가 되자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만화 쪽으로 한번 잘 될지 안 될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시도는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만화가의 길을 가게 됐고요.

처음에는 저조차도 확신이 안 섰고 또 부모님도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또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요. 그런데 운 좋게도 첫 번째 작품이 잘 돼서 얼마 안 됐지만 이렇게 만화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_ 레아 

 

“저는 만화가가 되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여러분께서 아시다시피 한국 사회 자체가 만화를 읽지 못하게 하잖아요.

만화는 예술도 아니고 만화는 못 보게 하고 학교에서도 못 보게 하고 부모님도 혼내고 이러잖아요. 그러니까 만화가의 꿈을 꾼 적이 없어요. 저는 그런데 프랑스에서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작업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생계를 위해서 제가 만화 번역을 시작했어요.

만화를 한국어에서 불어로 번역을 하는데 생계형 작가로 시작했고, 여전히 생계형 작가입니다. 하하 

그렇게 100권이 넘게 번역을 하다가 이 만화라는 걸 제가 발견한 거예요. 만화라는 매체가 엄청난 매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할 수 있고 돈이 없어도 창작을 할 수가 있어요.

어디든지 가서 할 수 있어요. 연필 하나만, 그냥 종이만 하나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장소도 필요 없고 작업실도 필요 없고 그렇게 해서 만화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숲 대표가 두 작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는 이미지의 시대이기 때문이고, 시각적인 소통과 온라인 그리고 디지털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의 창작이라는 과정은 만화라고 다를 게 없다. 두 사람만의 방식이 궁금하다. 

 

“저는 먼저 글을 많이 씁니다. 시나리오를 먼저 쓰고요. 저는 그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시나리오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일단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처음부터 아마 제일 마지막까지 계속 고치는 것 같아요.

그림 같은 경우는 제가 일단은 조각이나 입체 작품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만지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컴퓨터로 그려보는 것도 시도를 해보긴 했는데 저랑 성격이 안 맞아요. 그래서 종이나 먹물 뭐 이런 거 자체가 저는 너무 좋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_ 김금숙 

 

“네 저도 종이를 이용해서 먹물 또는 붓 만년필 등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했고 지금도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저도 컴퓨터나 태블릿 PC로 작업을 해보려고 했지만 이게 종이랑 너무나 느낌이 다르다 보니까 완전히 제가 원하는 효과를 디테일하게 얻어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그런 아주 흥미로운 효과 하나하나를 얻어내기 위해서 계속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고요.

김금숙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정말 붓을 굉장히 자유롭게 사용을 하셔서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그런 스타일을 많이 존경하고 있어요. 

여러분도 왜 펜을 바꾸면 예전과 쓰는 방식이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저도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_ 레아   

만화 '그랑 비드'
만화 '그랑 비드'

 

“우리 레아 작가님 같은 경우는 사실은 캐릭터 자체가 너무 재밌어요. 캐릭터 보면서 많이 좀 웃었어요. 이렇게 많이 웃기는 만화가 아닌데도 정말 오랜만에 킥킥거리면서 봤던 것 같습니다. 울고 있는 작품이고 막 우울하고 막 이런데도 웃겨요. 그 표정들이, 캐릭터들이. 정말 표현력이 뛰어나신 것 같아요.” _ 김금숙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국어와 불어로 통역을 하고, 또 세 명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벌써 1시간이 지나고 있다. 이숲 대표가 마무리를 위해 두 작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다. 

 

 

“저는 이제 새로운 작업을 사실은 시작했어요. 근데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고 어떤 이제 우리나라 역사에 관련된 거지만 보편적인 주제예요.

사람들끼리 몇 년 전에 독자님들께 약속을 했던 주제인데 그 주제 취재를 시작했고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아마 열심히 해서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좋은 작품으로 만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_ 김금숙 

 

“저도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이 있는데요. ‘그랑 비드’와 마찬가지로 좀 상상의 세계 환상적인 세계에 대해서 다룰 것 같습니다.

이번 주제도 죽음인데 ‘그랑 비드’보다 더 직접적으로 죽음의 주제를 다룰 예정이고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난 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 불행한 기억을 갖고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그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_ 레아 

 

이제 대담 자리에서 처음 만난 두 작가에게 서로에 대한 궁금한 점을 묻는 시간이다. 먼저 김금숙 작가가 질문을 던진다. 

“레아 작가님이 ‘그랑 비드’가 첫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사실은 굉장히 내공이 있으신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출판사도 하고 계시고, 다른 작가들 작품도 출간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두 활동을 어떻게 이어가시는지 궁금해요.” 

 

“굉장히 잘 못했습니다. 하하하”  

쑥스러운 듯 대답하는 레아 작가의 모습에 모두가 웃는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던 레아 뮈라비에크 작가.
솔직하고 꾸밈없는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던 레아 뮈라비에크 작가.

 

이어 이유를 설명하고, 김금숙 작가에게 질문을 넘긴다.  

“(출판사는) 사실 문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책이 출간되고 난 다음에는 출판사를 좀 돌볼 시간이 없어서 이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학생 때는 좀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서 편집자로서의 역할을 했었고, 짧은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출간물을 냈었는데요. 이제는 좀 그런 일들도 병행이 실제로는 잘 안 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책에 보면 작가님께서는 굉장히 실제 자료 조사를 많이 하시고 그런 와중에도 허구적인 요소나 내러티브적인 요소들을 잘 넣으세요. 허구와 실제 다큐멘터리 사이의 모든 요소를 굉장히 잘 혼합해서 작품으로 만드시는데, 그 작품 결과에 만족을 하시는지와 어떻게 두 가지를 다 혼합을 하실 수 있는지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완전한 완벽한 만족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이제 더 이상 이 이상은 못하겠다. 내가 정말 최선을 다했다. 나의 모든 것을 던졌다. 이 안에 나의 정말 그 상태에서는 이제 더 이상 뭐 어떻게 할 수가 없겠다 그렇게까지 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남겨달라는 이숲 대표의 요청에 두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성격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김금숙 작가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모든 이들에게 던지고, 난감한 듯 한참을 망설이던 레아 작가는 조심스럽게 당부를 전한다. 

 

“이 도서관에 오신 여러분들은 책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너무 책을 많이들 안 읽으세요. ‘쥘 들뢰즈’라는 프랑스 철학자가 있어요.

그분이 어떤 인터뷰에서 뭐라고 하셨냐면은 본인은 여행을 안 가신대요. 뭐 여행을 안 가는 게 좋다는 게 아닙니다. 책을 읽으면 그 자체가 여행이라는 거예요. 책에서 우리는 책을 읽음으로써 굉장히 많은 것을 얻고 간접 체험을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하는 것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은 물론 책을 읽으신다고 저는 생각을 하지만 여러분의 주위 분들에게 책을 선물해 주시길 바라고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만화책이 너무나 화장실에나 읽어야 하고 읽지 말아야 하는 책,  도서관에 안 들어가는 책, 도서관에 신청을 했는데도 거절당하는 게 바로 만화책입니다.

여러분 도서관에 가시면 꼭 만화책을 추천해 주세요.” _ 김금숙 

 

“도서전을 찾은 여러분들은 책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에 있는 그런 양식을 넘어서 좀 다양한 스타일의 도서를 접해 보시고 또 여러분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많은 영감들을 글로도 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써보시고 또 주변 분들과 나누시면서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즐거움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_ 레아 

 

 

1시간이 넘게 진행되던 대담 또는 수다는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있던 독자들의 질문과 대답으로 마무리되었다. 

다만 몇 가지 의문은 남는다. 두 작가가 대화하고, 수다를 떠는 시간이 아니라면 굳이 두 작가를 한 자리에서 각기 질문과 답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세 명의 대담 자리라면 한국어와 불어가 순차 통역되는 상황에서 그 준비와 방법이 좀 달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던 자리였다. 

두 작가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고, 독자의 입장에서는 나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좀 더 깊은 이야기, 좀 더 소소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던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이런 작가와의 다채로운 만남, 특히 만화와 사회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더욱 많아지고, 더욱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 기사는 www.weeklytoon.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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