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추도시] 당신들의 권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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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추도시] 당신들의 권력은
  • 이 적 목사(시인)
  • 승인 2014.0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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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적 목사(시인, 인천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의장)
 

그런가요
권력이 남재준 구하듯 세월호 승객을 구조했다면
23일 10시 현재 157명의 목숨이 그렇게 허무하게 쓰러졌을까요

대통령 중심제의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의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무너져버린 지금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조국 수호에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말인가요

당신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안이하게 보고 받고 있던 그 시간
탑승자 수가 477명에서 459명, 462명, 475명으로 네 번 노락가락했고
368명이라던 구조자 수 역시 두 시간 만에 200명 이상 줄어든 164명으로 바뀌자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청와대에 계신 당신
부랴부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은 시간이
2014년 4월 16일 오후 5시 10분쯤 이었다지요

세월호 침몰이 2014년 4월 16일 오전 7시에 시작되었는데
당신은 어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건가요
2014년 4월 16일 오전 11시 완전 침몰
그리고 오후 5시 10분 그대서야 중앙재난안전본부를 찾은 당신
국민생명 값어치를 종이조각 한 장으로
날려보내는 처사는 아니었는지요

선수를 특수용접으로 둟고 부력을 유지하며
우리의 아이들이 숨 쉬고 있을 3, 4층 갑판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한숨 쉬던 30년 베테랑 스쿠버 아저씨의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국가권력을 못미더워하는 잘못 때문인건가요

다이빙벨을 사용하면 물속에서 20시간을 견디며
수중작업을 할 수 잇다던 이종인 전문가의 눈물 젖은 하소연이
우리의 가슴을 두드리는 것은 우리가 국가 권력을 못미더워한 잘못 때문인건가요
진도관제탑 송수신을 공개하지 않는 당신들의 초기대응을
우리는 믿어야 하는 건가요

하늘도 한숨 쉬고 지상의 풀벌레도 숨죽여 울던
7일간의 눈물을 이제서야 접습니다
어린 생명들의 처절한 절규를 가슴으로 품고 있는 살아있는 백성들이 울어야 할 사연은
당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한 비겁한 행보들을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우리들의 비참함
우리는 그것마저도 접습니다

새로운 날을 위하여 우리는 지금의 눈물을 가슴으로 기록합니다
고통과 절규의 눈물을 머리에 문신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가족들이여!
그냥 그냥 울면서 당신들의 역사를 깊이 깊이 아로새깁니다
우리의 역사로 기록합니다
사랑합니다
영면 하시옵소서.

* 이 시는 24일 밤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수원역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무사생환을 위한 촛불기도회에서 낭독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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