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가스, 물 쿼터제 도입으로 제2의 무상시대를 열겠습니다. 전기, 가스, 물 사용 구간별 누진율을 차등 적용함으로써 많이 쓰는 사람이나 기업이 요금을 많이 부과할 수 있도록 요금체계를 바꾸면 됩니다. 결코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아닙니다.”
백현종(44) 통합진보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의 확신에 찬 말이다. 백 예비후보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면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의 전기, 가스, 물 쿼터제 공약을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무상교육, 무상의료의 정책 기초를 마련한 것은 사실 민주노동당이다. 낯설게 다가서며 무수한 논란을 낳았던 ‘무상’이란 말은 이제 점차 사회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이젠 진보당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전기, 가스, 물까지도 인간의 기본권으로 보고 제2의 무상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백 예비후보의 다짐이다.이게 가능하긴 한 거야? 무상교육, 무상의료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도 그랬다. 백 후보를 1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진보당 경기도당 사무실에서 만나 ‘제2의 무상시대’을 비롯한 정책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출마 이유도 궁금했다. 낮은 인지도와 지지도에 대한 극복 방안도 들었다. 특히 야권연대의 원칙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줬다.
서울신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백 후보는 2011년 말까지 기독교 대한성결교회 ‘나눔과 섬김의 교회’ 담임목사로 살았다. 2002년부터 부천에서 지역공동체 일환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했다. 사단법인 나눔과 섬김을 함께 설립하고 대표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교회가 꼭 있어야 할 곳에 있었으면 한다는 소망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해 왔다.
2002년 민주노동당에 입당했다. 진보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지냈다. 진보당 부천시협 의장이다.
- 우선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진보당은 지난 2012년 5월 2일 이른바 조준호의 거짓 진상조사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가시밭길을 걸어 왔다. 정말 사상 유래 없는 언론의 공격과 권력의 탄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당원들이 진보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왔는가 지켜봤다.
지난 8월 28일 내란음모사건이 터졌다. 12월 5일엔 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소송을 당했다. 엄중한 과정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고 진보당의 강령과 정신을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싸워나가는 당원들의 모습이 내 자신을 고무시켰다.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독재를 심판하는 선거다. 출발부터 부정선거로 당선된, 정통성마저도 의심되는 박근혜 정권은 공약조차 파기하면서 지키지 않고 있다.
진보, 민주 세력들과 투쟁하는 모든 민중들을 종북 프레임에 가두고 탄압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독재에 대한 심판의 장이라는 것이다.
지방선거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한몸을 내던지는 당원들을 보면서, 저도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마침 주위에서 경기도지사 후보 제안을 했다. 긴 시간 고민했지만, 당과 당원들의 요구가 있다면 승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승리하고 싶다는 열망도 컸다.”
- 현 정치 상황에서 진보당이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는 데는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듯하다.
“경기도는 수도권 핵심지역이다. 경기도지사 선거가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진보당은 의석수를 보더라도 제3당이다. 내용적으론 유일한 야당이다. 130석 가진 거대 야당이 박근혜 독재에 휘둘리고 끌려다니고 있다. 야당이 야성을 포기한 지 오래다. 역설적으로 가장 야당다운 야당이기 때문에 진보당이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탄압 받는 것이다.
진보당이 경기도에서 박근혜 독재를 심판하고 박근혜 정권이 포기한 민생공약을 챙기겠다. 노동자, 농민이 살맛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구호를 들었다. 진보당이 정권의 탄압을 뚫고 승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에 비해 출발이 많이 늦다. 앞으로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 좀 특별한 복안이 있다면?
“진보당은 노동, 농민, 도시서민들이 만들고, 민중이 선택한 정당, 민중이 함께하는 정당이다. 기존 정당처럼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선거가 아니라 정확히 민중과 함께하는 선거운동을 하려고 한다.
민중의 아픔이 있는 곳, 신음하는 곳에 함께하면서 진보당의 가치를 확인하려고 한다. 노동현장 속으로, 농민 속으로, 도시서민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들과 함께 진보당의 정신을 함께 나눌 것이다.
지난 3월 27일 출마 기자회견하고 가장 먼저 들른 곳이 수원시청 앞에서 복직 등을 위해 싸우는 경진여객 노동자의 노숙농성장이었다.”
- 주요 핵심공약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5가지 기본공약에 한 가지를 더한 5+1 공약이다.
우선 비정규직 없는 노동자가 행복한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다음으로 쌀 수입 전면개방을 막고,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도입해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한다.
세 번째로 전기, 가스, 물 쿼터제를 도입해 제2의 무상시대를 열겠다. 또한 경기도를 전국에서 제일가는 교육자치도로 만들겠다. 특수목적고, 자사고 등을 폐지하고 고교평준화를 다시 복원하겠다.
획기적 전환으로 공공의료를 이끌어 내겠다. 경기도내 공공의료시설이 없는 기초자치단체에 공공의료시설을 확충하겠다. 읍면동마다 건강지원센터를 설립해 경기도에서 의료사각지대를 없애려고 한다.
이 5가지 기본공약에 +1은 ‘평화특구 건설’로 통일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전기, 가스, 물 쿼터제 도입으로 제2의 무상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도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어렵다. 방안은?
“전기, 가스, 물의 무상공급, 제2의 무상시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전기, 가스, 물 사용 구간별 누진율을 차등 적용함으로써 많이 쓰는 사람이나 기업이 요금을 많이 부과할 수 있도록 요금체계를 바꾸면 된다. 결코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아니다.
전기, 가스, 물의 무상공급을 위해선, 전국적으로 1년에 전기는 약 6조3천억원, 가스는 약 11조7천억원, 물은 약 2천억원, 총 18조2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UN이 권고하는 1인당 물의 1일 사용량은 100리터, 월 사용량은 3m³다. 이 정도 사용량만큼은 최저생계에 필요함으로 무상으로 공급하자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따지면, 1년 간 1인당 물의 무상 공급 비용은 약 8천6백억원 규모다. 하지만 이를 초과해 물을 사용했을 때는 평균 단가의 2배에 해당하는 누진율을 적용, 약 1조3천억원 정도의 수도요금을 거둘 수 있다.
그런데 2012년 수도요금 총액은 1조5천억원 규모다. 이 총액 1조5천억원에서 누진율 적용 수도요금 1조3천억원을 빼면 약 2천억원이 남는다. 결국 2천억원 정도의 추가 재정만 부담하면 최저 생계에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가 그렇다. 경기도만 따져 보면, 약 500억원 정도면 충분히 물의 무상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의 경우에도 재벌에게 주는 특혜를 폐지하는 등 요금체계에 변화를 주면 무상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
2013년 기준 산업용 전기 평균 단가는 95원으로 주택용 116원의 약 82%에 불과하다. 그런데 2012년 기준 0.1% 사업장(500개 사업장)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전체 가정용 전기 사용량의 84%에 해당한다. 재벌에 대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누진율 적용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가스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요금체계를 바꾸면 많은 세수를 확보하지 않아도 충분히 무상공급할 수 있다.”
- 아무래도 인지도, 지지도 면에서 여타 후보에 밀린다.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경기도민 중에 ‘백현종’을 아는 사람은 소수다. 하지만 ‘진보당’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제 막 창당한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인지도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투표 성향을 보면, 정당 지지율이 인물 지지도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지도의 문제일 것이다.
진보당은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덧씌워진 이름이 많다. 부정경선, 종북, 내란음모, 알오 등 너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진보당의 진보는 다 가려져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진보당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정희 대표 말씀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후보가 출마한다. 진보당 이름으로 진보당 정신과 가치를 지역주민들 속에서 얘기하고 있다. 자주, 민주, 평화통일, 평등의 기치를 들고 말이다.
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민중이 꿈꾸는 세상을 향해 달려 왔다. 이러한 진정성을 선거를 통해 경기도민에게 보여 줄 것이다. 이 진정성이 보이면 경기도민들께서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진보당을 선택할 것이다.”
- 사실상 야권연대가 성사되지 않으면 야권후보의 당선이 불가능하다. 야권연대와 관련한 입장은 무엇인가?
“먼저 야권연대와 관련해 확인할 것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야당인가? 야당으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선부정은 의혹을 넘어 명확한 사실이다. 국정원, 국방부 등 각 국가기관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 박근혜 정권은 부정선거 쿠데타를 일으킨 쿠데타 정권이다.
그런 정권 앞에서 투쟁하지 않고, 그런 정권과 여당에 끌려다니는 민주당, 안철수 의원이 말하는 ‘새정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야권연대가 가능할까? 야당다운 야성을 회복하고 박근혜 독재를 심판하겠다는 의지가 보일 때, 그때서야 비로소 뭔가 교류할 수 있는 접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검토하거나 공표한 적이 없다. 박근혜 독재 심판에 함께할 수 있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경기도민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랑하고 존경하는 경기도민 여러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우리 삶이 나락으로 추락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시작됐다. 박근혜 정권의 출범은 농민들의 눈물이었다.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은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일상처럼 됐다.
민주주의를 하루아침에 도둑질한 박근혜 정권이다. 박근혜 정권을 이대로 두고 민생을 이야기할 수 없다. 통일 대박을 얘기하지만 서해안에선 어제도 포성이 울렸다. 근본적인 남북관계 개선 없이 통일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박근혜 독재를 심판하고 박근혜 정권이 버린 민생, 통일 공약을 진보당, 저 백현종이 해내겠다.
진보당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언론에 의해 덧씌워진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그 뒤에 있는 진보당의 진정한 마음을 살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