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용인환경정의는 지난 8월 25일 용인특례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서식지 보전을 위한 현장 조사자, 전문가, 용인특례시의원, 용인특례시 환경위생사업소, 용인시민, 시민단체, 언론사 기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멸종위기 2급 맹꽁이 서식지 원형 보전 성과 공유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흡수원이자 생물 다양성의 근원인 생물 서식지의 온전한 보전을 위해서 그동안 민·관·학이 힘 모아 이루어낸 성과 공유와 향후 관리 방안 모색을 비롯해 이름뿐인 대체서식지와 달리 서식지 원형 보전 서식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논의했다.
이날 “서식지 보전과 생물 다양성”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박병상 박사는 과도한 개발, 생태계 파괴 등 다양한 지구촌 환경 훼손 사례들을 보여주며 “사람이 중요해? 맹꽁이가 중요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물이 사람보다 덜 중요한 게 아니므로 야생동물들을 없애려 하지 말고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병상 박사는 “생태계의 회복탄력성을 보전하는 것이 생존을 약속하는 것이며, 내일을 건강하게 보존하는 것이 생물 다양성”이라고 밝히며, “조례 등 대안을 만들고 인력을 투입하여 유지하고, 감성적 노력과 인문사회적 접근을 통해 설득과 홍보를 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서농동 맹꽁이 서식지 원형 보전 과정”을 발제한 용인환경정의 이정현 사무국장은 2017년 첫 주민제보 후 2018년 용인 서농복합주민센터 부지 내 맹꽁이가 살던 곳을 모니터링하여 설계 변경까지 끌어내어 원형 보전하고, 이후 3년간(2019~2021)의 사후모니터링과 2년간(2022~2023) 생태모니터링을 해온 과정을 보여주고 그에 따른 성과를 공유했다.
이정현 사무국장은 “서농동 원형보전 맹꽁이서식지 보전과정이 언론에 보도가 되다 보니 전국에서 문의가 많다. 그 자리 그대로 '원형 보전'한 맹꽁이 서식지라고 거듭 말해도 사람들이 '대체서식지'로 알아듣는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원형 보전의 사례는 드물고 대체 서식지를 만들어 이주시키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서 대체서식지를 만들어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으므로 개발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대체서식지부터 먼저 이야기할 게 아니라 서농동 원형 보전 사례를 본보기 삼아 원형보전 방안부터 찾게 되길 바란다”고 화두를 던졌다.
용인특례시의회 이윤미 의원은 토론에서 “2021년에 제정된 <용인시 자연환경 보전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조례>에 명시된 지역생물다양성 전략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하고, 생태계 현황 조사 후 습지에 관한 부분도 조례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서농동 맹꽁이 서식지 모니터링과 보호 활동의 경우 상설화된 사업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용인시 환경위생사업소 장창집 소장은 “맹꽁이는 보호종으로 되어 있으나 그렇지 못한 야생동물도 많아 사람의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맹꽁이 서식지를 잘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울음소리를 시끄럽게 여기는 일부 주민까지도 설득할 방안을 함께 모색해보자”며, “장기적으로는 바이오블리츠 등을 통해 주민들과 성과를 나눌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고 전했다.
서농동 맹꽁이서식지 사후모니터링 책임연구를 맡았던 강원대 최순규 박사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맹꽁이가 잘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주차장을 만들면서 원형보전지로 흘러 들어가는 물의 양이 줄어 산란지가 육지화되는 것에 대비하는 등 맹꽁이에게 최적화된 공간으로 관리해나가고, 원형보전지라는 명칭으로 인해 꼭 필요한 관리를 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시민과 친숙해질 수 있는 공간 이름을 붙여보는 것도 검토해볼 만 하다”는 의견을 냈다.
최순규 박사는 “원형 보전지 관리 주체나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것도 서식지 관리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므로 꾸준히 관리할만한 주체를 선정하여 행정, 시민단체, 전문가가 할 일을 역할 분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 고윤주 사무국장은 “대체서식지가 아니고 원형 보전 서식지라는 측면에서 용인 서농동 사례는 이미 인근 지역에서 훌륭한 선례가 되고 있다”면서 “원형 보전 이후의 관리는 지자체가 먼저 고민하고, 시의회가 조례로 구체적 보호 방안을 만들고 예산을 세워서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탄소 중립의 차원에서라도 전국의 선진 사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기후위기, 멸종위기 전문 언론인 <뉴스펭귄>의 임병선 기자는 ”대체서식지를 가보면 실제로 서식지 역할을 못하는 곳이 많은데, 서농동 서식지를 가보니 여기가 바로 제대로 된 서식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환경부와 개발사업자들이 기존 서식지를 대체해서 대체서식지를 만드는 건 인간의 사고일 뿐 살아남는 것은 순전히 생물의 몫”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임 기자는 “대체서식지의 경우 운영 단계에서는 문제 발생 당시 있던 관심마저 희석되어 나중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 때문에 대체서식지보다는 원형 보전을 우선 제안해야 하고 대체서식지가 불가능한 거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등 근본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시민모니터링단으로 맹꽁이 조사에 참여하고 서천동 주민을 대상으로 맹꽁이 생태교육도 진행한 김미자 님은 ”요즘 교육현장에서 탄소 중립이나 지구온난화, 생물다양성을 이야기하며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설명과 체험 활동을 하게 된다“며, ”최근 「서농동 원형 보전 맹꽁이 서식지」 사례를 활용하여 비, 웅덩이, 알, 올챙이, 성체, 이동 그리고 멸종 등 일련의 과정을 이야기하다 보니 탄소 중립이나 지구온난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등 물웅덩이 하나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 환경교육이나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서천동 주민으로 참여한 노영미 님은 “서천동 주민으로서 또한 맹꽁이들의 이웃으로서 습지가 있는 원형 보전 서식지, 원래 맹꽁이가 살던 이곳이 가장 안전하고 필요한 서식지임을 알리며 맹꽁이들이 사는 곳을 조사하고,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써주신 것에 감사한다”면서 “멸종위기종 맹꽁이가 우리 곁에 오래오래 있어 주길 바란다면 서천동 주민들부터 주변에 살고있는 생명들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회에 참관한 서농도서관 이동경 관장은 “밤 10시까지 도서관을 열고 있어도 낮이건 밤이건 맹꽁이 울음소리 때문에 힘들다는 의견은 없었고 오히려 주민들도 마음이 열려있고 관심을 많이 보이는 상황”이라며, “도서관 준공한 지 2년 지나면서 맹꽁이 습지 관리도 고민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주체들과 의견을 모아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사)환경정의 이오이 전문위원은 “용인시 서농동의 원형 보전 맹꽁이 서식지는 대체서식지가 아닌 원형 보전의 좋은 사례로, 보전과정에서 시민단체, 전문가, 행정, 시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각각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덕분에 만들어진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문위원은 “이것을 꾸준히 지속하여 용인을 넘어 대한민국의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더 많은 사례를 낳고,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 적응의 성과로 나타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토론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