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함과 분주함, 구인사와 부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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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함과 분주함, 구인사와 부석사
  • 윤민 기자
  • 승인 2013.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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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두 곳의 사찰로의 가을 여행

▲ 건물의 전체를 보기가 쉽지 않은 곳이 또한 구인사이다.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화려한 처마만이 첩첩이 보일 뿐이다. 또한 그게 묘하게 매력적이기도 하다. ⓒ 뉴스피크

 

 구인사의 묘한 넉넉함

단양 시내에서 약 20여 킬로미터를 들어가면 소백산 줄기에 자리잡은 구인사에 다다르게 된다.

▲ 구인사와의 첫 만남. 높고 화려한데, 경사가 상당한 언덕에 사찰과 건물이 이어지기에 고개를 높여 봐야 한다는 것도 그 인상에 한 몫을 한다. ⓒ 뉴스피크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국도에서도 20여 킬로미터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닐지 모른다. 그렇지만 조금 깨끗하지만 복잡한 시내를 지나 다리를 건너 시작된 여정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오고 가는 길 오직 하나씩만 있을 뿐이고, 그 대부분이 절벽이나 강가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손과 머리를 편안히 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좋은 게 그 길에서 만나는 풍경이다. 언덕을 하나 넘고, 구비를 지날 때마다 만나게 되는 강과 산은 눈과 마음을 아슬아슬하고 즐겁게 해준다. 특히 부드러운 듯 이어지다가, 마치 수저로 떠낸 듯한 기묘한 산세와 마치 하늘에서 보는 듯 한눈에 들어오는 너른 풍경은 다른 곳에서 좀체 보기 힘든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 마치 성을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천왕문. 가운데로는 차가 다니고, 좌우 문으로는 사람이 다닌다. ⓒ 뉴스피크

약간의 어지러움까지 동반한 오르막과 내리막에 지칠 때쯤 너른 공터와 같은 주차장이 나온다.구인사 주차장이다. 거기서 걸어 올라가도 되고, 아니면 신도를 위한 셔틀버스를 타고 중간에 위치한 버스터미널까지 올라가도 된다.서울이나 단양에서는 시외버스를 타고 바로 도착할 수도 있으니 교통이 편한 곳에 위치한 셈이다. 버스가 없어서 더 넓고 한적해 보이는 그 터미널 공터에서 약 5분 여를 오르면 커다란 산문이 나오고, 고개를 하늘로 젖혀야 보이는 절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층층히 처마를 쌓아놓은 구인사만의 절집들이 마치 빌딩 숲과 같은 미로를 형성하면서 언덕길의 풍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 본당 불전을 지나면 건물이 빼곡히 이어지는 언덕이 이어진다. 아래로 걸어가도 되고, 본당이나 주변 건물 계단을 올라 이어지는 공중통로로 다녀도 된다. 언덕과 좌우의 높은 건물과 처마 그리고 공중 통로로 시야가 가려지는 데, 그 화려함과 복잡함이 구인사의 매력이다. ⓒ 뉴스피크

차와 사람이 지나는 통로이자 산문이 다시 나오고, 공사 중인 고층 건물을 지나면 처음 천태종의 중창조인 상원원각 님이 자리를 잡았다는 오층 불당을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마치 미로처럼 연결되는 고층 불당과 건물이 계단과 통로로 연결되고, 이어지고 오르내린다. 그 사이사이는 불당과 장독 그리고 각종 특산물과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

 

▲ 본당 불전이 있는 5층에서 바라본 구인사의 전경. 산과 사찰의 높이가 같도록 끝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 뉴스피크

▲ 관음전 가는 길에 바라본 본당 불전. 계단과 처마는 아래에서 본 것과 전혀 풍경을 만들어준다. ⓒ 뉴스피크

 

이곳은 사찰이 아니라 마치 독특하고 특이한 마을이자 대안의 공동체에 체험여행을 떠나온 것과 같은 느낌이 전해져 온다. 

 

▲ 관음전과 그 아래의 풍경. 마치 마을과 같다. ⓒ 뉴스피크

사실 산사의 고즈넉함보다는 현대적인 사찰의 화려함과 삶의 한가운데서 솟아난 소박함이 어우러진 느낌이 그곳에 있다. 그렇다보니 산문을 가득 메운 등산객의 화려한 이어짐은 어느 순간 하나둘씩 그 풍경 속으로 사라져간 듯 느껴진다. 

 

▲ 색만 제외한다면 그곳은 시골의 풍족하고, 여유로운 마을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그게 이색적이면서도 또한 편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 뉴스피크

 

부석사의 아쉬운 분주함

 

▲ 부석사 산문 바로 옆에는 사과 농장과 좌판이 끝없이 이어진다. 아직 따지 않은 홍옥이 그 무엇보다 예쁘다. ⓒ 뉴스피크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한하기가 어렵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고 최순우 선생이 말한 그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아니더라도 부석사는 산사로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어떤 이상향과도 같은 곳이 아닐까?

▲ 부석사 안양문을 오르는 길. 오르는 길이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단정하다. 그 문을 통과하면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그래서 부석사인게다. ⓒ 뉴스피크

마침 사과의 계절, 그 이상향에서의 풍족함을 느껴 보고자 부석사로의 발길을 재촉해본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약 10킬로미터의 거리를 달려야 부석사의 입구에 다다른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그 길은 사과 그중에서도 너무도 빨간, 그래서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은 '홍옥'이 아름답고 정연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은 대부분 새롭게 확장하거나 포장을 하기 위해 막혀 있거나 파헤쳐져 있었고, 또 대부분 앞뒤로 관광버스를 달고 다녔다.

 

▲ 부석사 입구의 폭포와 분수대. 사찰의 입구라기 보다는 유명한 관광지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 뉴스피크

그래도 오르막, 내리막이 없어서 구인사보다는 훨씬 빠르게 달릴 수 있었던 그 길은,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지나자마자 곧 부석사의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풍족하고, 깔끔하고 화려한 입구였다. 식당가는 간판 정리 사업이 너무 완벽하게 마무리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분수가 쉴새없이 물과 무지개를 내뿜고 있었다. 길 좌우에는 노점상이 그 뒤의 사과 농장과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것은 사람이었다.
적당한 경사의 언덕이 계속 이어지고, 산문과 산사가 하나를 통과하면 또 하나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게 등장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감상하고 느끼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과 시간을 함께하고 있었다. 그때 내 귀로 스쳐가는 그 많은 사연과 이름들, 그리고 내 눈을 스쳐가는 그 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색들은 절의 처마와 색을 하나씩 지워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 배흘림기둥이 유려한 무량수전은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 뉴스피크

사실 지리산에서 만났던 사찰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가장 정연하고, 은밀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곳이 부석사의 풍경이었다. 아니, 서툰 눈으로 보아도 그 어느 곳보다 가장 완벽하게 자신의 구성을 펼쳐 보이는 곳이 바로 그곳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그 아름다움은 결코 혼자만의 곳이 될 수 없었다. 그 긴 언덕 길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졌고, 그 절정은 두툼한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에서 이루어졌다. 그 주변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무리를 이루었고, 일행을 부르는 사람들로 넓고 한적한 마당이 가득 찼다.

▲ 안양문은 호젓하고, 거슬림이 없다. 비록 소란스럽기 그지 없지만,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다. ⓒ 뉴스피크

삶의 풍경에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은 이기심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절이 산에 간 이유를 생각한다면, 그 공간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우리는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듯하다.

▲ 의상대사와 선묘 낭자의 전설을 간직한 부석 아래에는 단정하고, 한적한 산책길이 꾸며져 있다. ⓒ 뉴스피크

조용히 절을 보고, 풍경을 감상하려면 그곳의 공간이 좀 더 아름답게 꾸며지지 않을까?
아름다움을 알기는 하지만 아직 감상에는 서툰 우리가 아닌가 싶다. 

 

▲ 부석사 역시 곳곳이 공사 중이다. 절은 새 것과 낡은 것이 공존하는데, 다행히 그게 억지스럽지가 않다. ⓒ 뉴스피크

 

구인사는 소백산 연화봉 아래에 있는 천태종의 총본산이다.
천태종의 중창조인 상월원각에 의하여 1945년 3월에 구인사 건립을 착공하여 오월 단오날에 낙성을 보게 되었다.
현 5층 대법당 자리에서 시작하여, 40여 동의 거대한 고층 건물과 각종 현대식 문화 시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명성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의상대사와 선묘 낭자의 전설이 스며들어 있는 부석사는 조계종이며, 화엄종의 본찰이기도 하다. 의상대사는 이곳에 자리 잡은 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무량수전 뒤쪽에는 전설을 간직한 부석이 있고, 그 아래로 조용하고, 깔끔하게 장식된 산책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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