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위원회 권고 속속 ‘이행’… 피해자 구제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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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위원회 권고 속속 ‘이행’… 피해자 구제 청신호
  • 이민우 기자
  • 승인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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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호· 풍성호 납북귀환어부’ 재심, 검찰 ‘무죄구형’ 법원 ‘무죄선고’
‘공격기피 이유 부당판결’, 검찰총장 8일 대법에 비상상고
정근식 위원장, 법무부 권고이행 환영 성명… “다른 국가기관들도 조속이행 해야”  
▲ 건설호‧풍성호 납북귀환어부 유족들이 9일 오후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열린 반공법 위반 혐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피크
▲ 건설호‧풍성호 납북귀환어부 유족들이 9일 오후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열린 반공법 위반 혐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피크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가 다음 달 출범 2주년을 앞두고 진실규명 결정과 권고사항을 속속 내놓고 있는 가운데 국가기관 가운데 법무부가 재심 무죄 구형, 비상상고 등의 이행조치를 취하면서 피해자 구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법무부에 국가 사과와 재심 등 피해회복 조치를 권고한 △건설호·풍성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선 10월 26일 검찰의 무죄 구형에 이어 11월 9일 법원의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하루 전인 8일에는 진실화해위원회가 법무부에 국가 사과와 비상상고를 권고한 △공격기피 이유 부당판결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진실화해위원회는 정근식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과 권고 내용을 무겁게 받아들여 이제라도 국가적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건설호‧풍성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 조사개시 이후, 사찰보고서와 심사자료를 확보하는 등 다방면의 조사 활동을 벌인 결과 올해 2월 8일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건설호‧풍성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은 1960~70년대 동해에서 조업하다 북한경비정에 의해 납북된 선원들이 귀환 직후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구금·가혹행위와 같은 불법적인 수사를 받은 후, 반공법, 수산업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것이 위원회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선원들은 ‘간첩’이라는 오명 속에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었고, 수십 년에 이르는 지속적인 감시와 사찰로 선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취업 및 거주이전의 제한을 받는 등 공권력에 의한 위법한 수사와 사찰을 당했다.

위원회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 제34조에 따라 국가는 납북귀환어부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에 대한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에 지난 7월 통보했다.

이에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0월 26일 건설호‧풍성호 선원 3명에 대한 반공법 위반사건 재심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고, 춘천지법 속초지원은 지난 9일 열린 재심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내렸다. 건설호·풍성호 납북귀환어부들이 수사기관에 체포돼 반공법, 수산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53년 만이다. 

진실화해위, 권고 통보 한 달도 안 돼 검찰총장 비상상고 ‘환영’

또한, 정 위원장은 검찰총장이 8일 대법원에 비상상고한 ‘공격기피 이유 부당판결 사건’에 대해서도 “권고를 통보받은 지 한 달도 안 되어, 적극적으로 빠르게 조처를 한 점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공격기피 이유 부당판결 사건’은 위원회가 지난 9월 41차 전체위원회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국가는 피해자 박○○에게 사과하고, 비상상고 등의 절차를 통해 위법한 판결을 시정하고 피해회복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국방부와 법무부에 10월 각각 통보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하급심인) 육군고등군법회의 판결은 기속력(구속력)에 위반되고, 위법한 비상계엄으로 피해자가 재판청구권을 침해당한 사실이 인정된다”라고 밝히며 해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제기했다.

비상상고는 판결이 확정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된 것을 발견했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사건을 다시 심리해 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절차다.

1978년 10월 육군 보병 제7사단 소속 당시 박○○일병은 강원도 철원군 소재 GOP 경계근무 중 우리 장병 3명을 사살한 뒤 북한 지역으로 탈출을 기도하는 무장 간첩 3명을 포획 ·섬멸하는 작전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GOP 근무지침을 위반하고 적을 보고도 공격을 기피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돼 보병제7사사단 보통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5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명령위반 및 공격기피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2회에 걸쳐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음에도 1980년 5월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공격기피죄로 징역 3년을 재차 선고받았다. 이에 3차로 상고하려 했으나 당시 비상계엄 상황에 의해 법적으로 상고권이 제한돼 상고하지 못함으로써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피해자 박○○씨는 지난 2021년 8월 국가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군 복무에 임했으나 비상계엄에 의해 최종 판단을 받지 못한 채, 군에서 받은 처벌로 인해 공직에 진출하고자 했던 꿈을 접어야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며 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위원회의 진실규명 노력과 이를 받아들여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려는 국가기관의 모습은 우리 미래세대에게 모범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사법부와 검찰의 행보에 다시 한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정 위원장은 “국가 사과를 포함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사항 중 아직도 이행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다른 국가기관들도 더 늦기 전에 권고를 충실히 이해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진실규명 신청은 위원회와 17개 시청·도청과 시청‧군청‧구청, 재외공관에서 우편이나 방문접수가 가능하다. 진실규명 신청은 올해 12월 9일까지이다.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진실화해위원회 누리집(www.jinsil.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문의 전화 02-3393-9700). [뉴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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