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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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두 편
  • 양훈도(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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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양훈도(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양훈도(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 이야기 하나

꿩 무리와 닭 무리는 원래 사이좋게 살아가는 숲속의 이웃이었다. 이들은 힘을 모아 여우 족제비 뱀 독수리의 공격을 막아내곤 했다. 그러나 희생당하는 꿩과 닭이 갈수록 늘어나자 긴 토론이 벌어졌다.

닭은 사람들 마을로 내려가 살자 했다. 꿩들은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옥신각신 끝에 닭들은 마을로 내려가고, 꿩들은 남았다. 이때부터 두 무리는 원수가 되었다. 혹여 길에서 만나면 맹렬하게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꿩 무리의 막내 ‘긴꼬리’는 어느 날 외출했다가 족제비에게 물려 죽을 뻔했다. 간신히 도망치긴 했으나 정신을 잃었다. 쓰러진 ‘긴꼬리’를 암탉 ‘빨간볏’이 우연히 발견하고 집에 데려다 정성껏 돌봐 준다.

하지만 꿩들은 ‘긴꼬리’의 실종을 닭들 짓이라고 오해한다. 꿩 대표인 좌상꿩은 닭들에게 ‘긴꼬리’를 당장 돌려보내라고 호통 편지를 띄운다. 닭의 우두머리 ‘금빛수탉’이 직접 나서 건강을 회복한 ‘긴꼬리’를 데려다 준다.

‘긴꼬리’는 엄마꿩에게 닭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이야기한다. 하지만 엄마꿩은 한마디도 믿지 않고 오히려 ‘긴꼬리’를 나무란다. 꿩과 닭이 100년 이상 갈라져 살아오는 동안 쌓일 대로 쌓인 나쁜 감정과 불신 탓이다.

그래도 가서 직접 한번 보라고 간곡히 권유하는 ‘긴꼬리’를 따라 닭마을에 가본 엄마꿩을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뒤이어 ‘금빛수탉’이 좌상꿩을 찾아와 이제는 불신의 벽을 허물고 다시 사이좋게 살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좌상꿩은 못 믿겠다며 거절한다.

# 이야기 둘

긴급 어전회의가 열렸다. 북쪽 왕국에서 쏘아 보낸 포탄이 남쪽 왕국 궁궐에 하나, 각 도시 시청 마당에 하나씩 떨어졌기 때문이다. 포탄이 터지지는 않아서, 죽거나 다친 사람은 없었다.

조사 결과 모든 포탄에는 ‘꽃의 뿌리’라는 북쪽 왕국 말이 쓰여 있었다. 남쪽 군인들이 조심스레 열어보니 정말 온갖 종류의 꽃을 피우는 풀과 나무의 뿌리가 한가득이었다. 그래도 행여 독초인지 의심스러워 즙을 짜서 짐승들에게 먹여보았으나 멀쩡했다.

남쪽 왕은 애꿎은 수염만 배배 꼬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대응한다? 이 때 한 신하가 나섰다. “예부터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 갚으라 했습니다.” “?” “우리는 꽃씨를 담은 포탄을 쏘는 겁니다.”

다음 날 북쪽 왕국의 궁궐에 하나, 각 도시 시청 마당에 하나씩 포탄이 떨어졌다. 역시 죽거나 다친 사람은 없었고, 포탄 속에는 온갖 종류의 꽃씨가 가득 들어 있었다.

북쪽 신하가 왕에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이긴 것이옵니다.” “?” “우리가 선수를 치지 않았습니까?” “별소리를 다 하오. 이런 일에 이기고 지고가 어디 있소?” 북쪽 왕은 꽃씨 포탄을 한참 드려다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졌소.” “무슨 말씀이시온지.” “꽃의 뿌리보다 꽃씨가 열배는 많지 않소.” “임금님께서 아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이런 일에 이기고 지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한바탕 웃음이 일었다.

첫째 이야기는 북쪽의 동화작가 김우경이 쓴 <어린 장끼와 금빛수탉>이고, 둘째 이야기는 남쪽의 동화작가 김성도가 쓴 <대포와 꽃씨>다. <어린 장끼와 금빛수탉>은 북한 유일의 아동문학잡지인 󰡔아동문학󰡕 1981년 10월호에 실려 있고, <대포와 꽃씨>는 󰡔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한국명작동화󰡕에 수록돼 있다. 두 동화의 결말은?

‘금빛수탉’의 무리는 한겨울 양식이 떨어진 꿩들을 위해 눈밭에 콩을 뿌려준다. 꿩들은 독이 든 콩이라 의심하지만 닭들의 선의를 아는 ‘긴꼬리’가 먹어보이자 믿게 된다. 마침내 꿩과 닭은 화해하고 옛날처럼 좋은 사이가 된다.

꽃포탄 사건 이후 북쪽 왕국과 남쪽 왕국은 사신을 교환한다. 사신들은 서로 가보지 못했던 땅에 가서 자기들 나라에는 없는 귀한 꽃나무를 얻어 돌아온다.
 
지난 21일 평양에서는 공습경보가 발령되었다. 같은 날 연평도에서는 ‘실제상황’이라는 방송 때문에 일대 피란 소동이 벌어졌다. ‘핵 불바다’ 위협이 연일 쏟아지고, 핵잠수함이 출몰하는 이 시기에 동화는 무력하다. 하지만 동화 세계가 잘못된 것인가, 현실 세상이 잘못 된 것인가. 남이든 북이든 자기 마음 속 염원을 더 이상 속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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