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의 모든 것이 자라는 곳, 인형극단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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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의 모든 것이 자라는 곳, 인형극단 친구들
  • 윤민 기자
  • 승인 2021.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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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형극의 멘토를 찾아서 07 _ 인형극단 친구들 김성수 대표

[뉴스피크] 

▲ 스펀지 인형을 만들고 있는 극단 친구들의 김성수 대표. ⓒ 뉴스피크
▲ 스펀지 인형을 만들고 있는 극단 친구들의 김성수 대표. ⓒ 뉴스피크

김성수 대표와의 첫 만남은 인형극학교 오리엔테이션 때였다. 뒤편에서 기계를 조작하던 과묵하고, 듬직해보이던 김 대표는 극단 소개를 위해 무대 위에 올라서자 분위기를 농락하는 연기자기 되었다.

“친구들은 전국 안 가본 데가 없어요.”

“빌딩도 있어요.”

“여러분이 만들고자 하는 인형들, 저희한테 의뢰해도 돼요!”

약간 허풍을 치듯, 술술 풀려나오는 놀라운 이야기와 진지한 듯 장난스러운 김 대표의 말과 표현은 조금 지루한 듯 이어지던 오리엔테이션에 웃음과 활기를 순식간에 채워주었다.

▲ 인형극단 친구들의 벽에는 다양한 인형들로 장식되어 있다. 특히 드라마로 구성된 마리오네뜨 인형극은 친구들만의 자랑이기도 하다. ⓒ 뉴스피크
▲ 인형극단 친구들의 벽에는 다양한 인형들로 장식되어 있다. 특히 드라마로 구성된 마리오네뜨 인형극은 친구들만의 자랑이기도 하다. ⓒ 뉴스피크

군포의 한 조그만 공원 옆에 위치한 극단 친구들 사무실을 찾았다. 그리고 김 대표의 허풍을 하나하나 만날 수 있었다. 작은 빌딩에는 인형극단 친구들의 명패가 붙어 있었고, 그 앞에는 언제든지 어디로든 출발 준비가 완료된 커다란 인형극 캠핑카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멀쩡한 사실들이 그날의 언행과 엮이면서 즐거운 놀라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마침 그날은 직업의 세계 채널에서 취재를 온 날이기도 했다. 김 대표와 함께하는 제작팀은 언제든지 쉽게 설치할 수 있는 다목적 무대세트를 취재팀에 보여주고 있었다.

‘친구들’이 다른 극단과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인형부터 소품 그리고 무대까지 만들어서 납품 및 교육가지 해주는 것이다. 그 안에는 그동안 어린이 인형극을 하면서 쌓인 ‘친구들’만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이런 무대와 패키지의 가장 큰 특징은 어느 정도 연습만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형극 무대와 인형이 필요한 곳은 봉사단체나 유치원, 학교와 같은 곳들이다.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이나 봉사자가 수시로 공연을 짜고, 올릴 필요가 있는 곳들이다. 그렇지만 봉사단체와 같은 곳은 오래 근무 어렵기 때문에 자주 구성원이 바뀌는 편이다. 그래서 공연과 무대 등이 최대한 접근하기 편해야 한다. ‘친구들’은 그것에 주안점을 두고 무대와 인형을 만들고, 공연까지 구상해서 안내를 해준다. 또 공연을 보는 아이들이 매달리기도 하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친구들의 이런 작업은 아마추어 연극팀 및 영화 쪽 소품 등에서 인기가 많다. 공연을 위한 실질적인 제작을 담당할 전문 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형과 인형극에 관한 사업적인 모델, 또는 시각은 의외로 신선하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 하겠다. 아마 자수성가 스타일로 인형을 만들고, 인형극을 해왔던 김 대표의 여정이 그런 신선함과 도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 지난 주에 배운 복화술로 간단한 공연을 하고 있는 송선재 멘티. ⓒ 뉴스피크
▲ 지난 주에 배운 복화술로 간단한 공연을 하고 있는 송선재 멘티. ⓒ 뉴스피크

김 대표가 인형극과 인연을 맺은 건 고등학교 때였다고 한다. 아이들을 좋아하던 김 대표가 혼자 인형을 만들고 준비해서 교회에서 공연을 했던 게 첫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게 재능과 취향에 제법 맞았던 것이다. 계속 취미삼아 인형극을 하다가 서른 되던 해에 극단으로 창단,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그때가 88년으로 국내에서 인형극이 활발해지기 시작하고, 춘천인형극제가 첫 출발을 했던 89년 바로 전 해였으니 햇수로 벌써 33년이 된 것이다.

당시 김 대표는 어떤 스승을 모시거나, 누군가에게 배운 것도 아니었으며 관련 학과 출신도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인형제작을 배우거나 공연이나 제작을 위한 방법과 과정을 만나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한다. 거의 맨땅에 헤딩한다는 식으로 찾아 배우고, 익히면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인형극을 시작하거나 그 방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했고, 그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제작 방법 등을 함께 나누는 활동이 시작된 것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과정인 셈이다. 그렇게 2000년부터 ‘인형극단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이 이어졌고, 그 모든 과정은 지금 친구들의 인형이자 공연 그리고 사업이 되었다.

설명을 위해 펼쳐졌던 무대가 치워지자 제법 넓고 다채로운 극단의 모습이 들어온다. 중앙의 넓은 공간에는 다양한 소품들이 작은 녹음실과 함께 자리하고 있고, 벽면에는 지금까지 친구들이 만들어온 인형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중 많은 인형이 ‘친구들’의 전문인 마리오네트 인형이었다.

물론 가장 주문이 많은 스펀지 인형부터 목각인형까지 친구들은 만드는 인형의 소재와 종류를 가리지는 않는다. 그 다양한 인형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는 곳은 녹음실 옆 작은 문 안에 자리한 작업실이었다. 마치 중앙이 인형극을 위한 도소매상이 모인 동대문시장의 모습이라면 이곳은 실제 목공소이자 공구상이 몰려 있는 을지로의 공구상가 골목과 같은 분위기였다. 마침 나이 지긋한 분이 작업을 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각종 공구가 빼곡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 인형극단 친구들의 공방. ⓒ 뉴스피크
▲ 인형극단 친구들의 공방. ⓒ 뉴스피크

작업실을 나오면 반대편으로 작은 사무실 겸 연습실이 보인다. 멘토링이 주로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멘토링은 다양한 인형 제작과 함께 복화술이 포함되어 있다.

인형 제작은 다양한 소재로 진행되는데, 지난 시간은 나무인형 제작이었고, 이번에는 스펀지 인형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전에 복화술 과제를 복습하고 확인하는 시간이 있었다. 벌써 멘티들의 작업이나 기술도 만만치 않게 쌓여있음이 멘티들의 연습과 점검에서 확인이 되었다.

먼저 멘티들이 한 명씩 손인형이 되었다. 그리고 복화술로 즉석 공연이 펼쳐졌다. 귀여운 인형과 함께 멘티들이 만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찰지게 풀려나왔다. 귀여운 손인형들이 그대로 멘티들의 캐릭터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이어 한 명의 얼굴에 복화술기를 착용하고, 한 명은 복화술을, 복화술기를 착용한 한 명은 그 이야기에 맞춰 연기를 하는 2인 1조의 공연이 펼쳐졌다. 노래와 춤 그리고 인형들의 귀여운 투정과 화해가 따뜻하고 연습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아주 만족스럽다면서 몇 개의 이야기는 바로 공연을 올려도 좋을 것 같다고 덕담을 하면서 다양한 복화술 기술과 수정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조언을 건네주었다.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곁에서 보던 이들도 웃음과 탄성이 절로 나오는 짧고, 탄탄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복화술은 배우 출신인 멘티들의 재능과 캐릭터를 더욱 생생하게 살려주는 듯했다.

▲ 복화술기를 착용하고 2인 1조로 공연하는 김채아 멘티와 송선재 멘티. ⓒ 뉴스피크
▲ 복화술기를 착용하고 2인 1조로 공연하는 김채아 멘티와 송선재 멘티. ⓒ 뉴스피크

김 대표는 처음 극단을 만들 때 후발주자가 똑같은 걸 하면 어렵다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리오네트 전문팀을 ‘친구들’의 컨셉으로 잡고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극단이 손 인형, 막대 인형을 위주로 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드라마 위주의 마리오네트 인형극은 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특히 복화술을 할 수 있는 인형극단은 ‘친구들’ 뿐이라는 것이다. 복화술사로 30여 년간 활동을 해왔던 김 대표의 여정과 자부심이 거기에 담겨 있었다. 

▲ 두 멘티들의 공연을 흐뭇하게 지켜본 김성수 대표가 세심한 조언을 건네주고 있다. ⓒ 뉴스피크
▲ 두 멘티들의 공연을 흐뭇하게 지켜본 김성수 대표가 세심한 조언을 건네주고 있다. ⓒ 뉴스피크

좀 더 다르게, 좀 더 도전적이고 극단만의 특색을 만들어온 지난 세월은 그 하나하나가 친구들만의 경쟁력이 되어 가장 탄탄한 인형극단을 만들어 주었다. 또한 그 경험은 그대로 멘티들에게 즐겁고, 화려하게 전달되고, 구현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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