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도시
나같이 살게 할 순 없다. 복도 바닥에 껌 딱지나 떼는 것도, 다 못 배워서이다.
그 어린 나이에 구구단을 외우는 건, 동네서 나 혼자였는데.
다 못 배워서 이 꼴인 것이다. 자식 놈만은 안 된다.
아랫니로 입술을 깨물고, 계단 손잡이를 닦기 시작한 송 씨 아주머니는 도시에 살았다. 그 도시 사람들은, 교육열이 높은 걸로 유명했다. 집 평수가 몇 평인지를 알면, 그 집 자식이 어느 학교에 들어갈지, 대강 나왔다. 학원 수강료가 얼마이고, 얼마짜리 과외를 받으면 어느 대학까지 가능하고, 그러면 연봉 얼마가 가능한지는 상식이어서, 신문에 실리지도 않았다. 웬만한 차를 타고 옷을 걸쳐야, 사랑도 직장도 가능했다.
놀라운 사실은,
평수에 관계없이 감기가 걸리고, 뜻밖에 사고와 사랑에 당하는,
참으로 평등한 도시였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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