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깎는 공자
엄지발가락 굳은살을 만지며, 언젠가는 몸 전체가 이리되는 거겠지 한다.
눈동자가, 혀가 굳어지면, 세상은 굳은 몸뚱이를 천으로 덮어 치워버리겠지.
내 이름, 가을 남방, 등산화, 아끼던 것들. 원래 세상에 없었다는 듯 무섭게 지울 거야.
나도 그렇게 몇 사람을 해치웠던가.
죽음이 뭔지 묻는 제자에게, 선생은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냐고 했다지.
그래, 그 솔직한 그 이야기가 천년이 흘러도 솔직하다니.
그러니 내버려둬. 무얼 알고 있기에, 죽을 만큼 열심히 살라고 하느냐고.
그래도,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것쯤은 다 안다고.
발톱을 깎다 말고,
죽음을 만지작거리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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