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알려주는 좋은 교육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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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알려주는 좋은 교육 1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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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의 어려움
▲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은 물감으로 범벅이 되지만, 아이는 색을 알고, 놀이를 배우고, 세상의 알게 된다. 그게 바로 교육이고, 예술이 아닐까? ⓒ 뉴스피크

달라진 세상, 달라져야 하는 교육 

한가로운 오후 시간에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서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젠 이런저런 짐을 주렁주렁 챙겨 다닐 필요 없이, 작은 노트와 같은 기계 하나면 아이들은 무한한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항상 사람들은 지금이 어떤 시대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함으로써 자기의 위치와 할 일을 확인하고 싶어하니, 당연히 지금과 같은 풍경을 보고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보이는 소소한 변화가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자체가 달라진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예전에는 가장 중요한 게 많이 알고,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이었기에 열심히 노력하면 그래도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 이것저것 자신의 머릿속에 많은 내용을 집어넣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게 되었다. 이미 한 사람의 머리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세상은 넓고도 가까워졌으며, 정보나 지식이라는 게 우리 주변 가까이 있는 장난감 속에 넘치도록 쌓여 있으니까.

결국 필요한 건 등불 밝히고, 열심히 줄을 그으며 외우는 게 아니라 그런 정보와 지식의 바다에서 무언가를 찾고, 가치를 파악하여 선택하는 눈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보면 그것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그를 통해 이전에는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로는 간단하지만 이런 능력이라는 게 참으로 두리뭉실하고 어렵기 그지없다. 향상시키 수 있는 문제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험을 봐서 점수로 확인할 수도 없으며, 또 잘 하는 바가 사람마다 다르고 나타나는 시기마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즐거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숨기지 못하는 아이들은 표정에 그 즐거움이 그대로 표현된다. ⓒ 뉴스피크
그나마 요즘은 이런저런 능력의 특징들을 모아 ‘창의성’이라고 부르면서 대강 뜻은 통하게 만들어놓았다. 그게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만큼 알았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겠고, 이 능력을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바라고, 또 함양시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고 다짐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그런 모호한 노력을 통해 떠오르게 된 게 바로 ‘예술교육’이다.

▲ 색이 섞여 전혀 다른 색이 되고, 쪼르르 따라보며 그 감촉과 번짐을 알아간다. 배움은 즐거운 것이다. ⓒ 뉴스피크

모호하지만 확실한 필요, 창의성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절대적으로 중요시 되는 그 능력을 길러주는 데 ‘예술’교육이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을 하고 있다. 아마 그동안 ‘예술’과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무수히 많은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에 그 공을 돌려야 할 것이다.

물론 느끼는 것과 실제 행하는 것이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 우리사회는 좋은 대학은, 좋은 고등학교에서 비롯되고, 또 그것은 시험점수와 국, 영, 수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에서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무래도 예술교육이라는 외치는 만큼 실현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 미술로 생각하기 대구 만촌점.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다양한 미술, 퍼포먼스 교육이 시작되었다. ⓒ 뉴스피크
그렇다고 해도 이미 세계가 놀랍도록 빠르게 여기에 반응을 하고 있는 마당에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다. 이미 2007년부터 ‘창의성’과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의 부분개정을 통해 이런 저런 고민과 노력을 공교육이라는 틀에 담으려는 시도가 하나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필요성의 인식 정도가 이미 교육과정까지 변화시킬 정도라는 게 놀랍다면 놀랍다. 과정이 변화했다는 게 놀라운 게 아니라, 교육과정마저 변화했지만 아직 현실은 그대로라는 우리의 현실이 놀랍고도 안타깝다는 말이다.

어째든 이렇게 누구나가 중요하다고 외치니 우리 부모님들이 그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때부터 ‘미술로 생각하기’를 비롯한 다양한 미술교육과 퍼포먼스 교육, 체험 공간을 찾아 부모와 아이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것 또한 정해진 순서이다.

예술교육의 어려움

항상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의 능력, 아이의 성장이라는 게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일이라 눈에 보이지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귀가 얇고, 시간과 기운이 넘치는 젊은 엄마는 봄에는 이 학원, 여름에는 저 놀이터, 또 가을과 겨울에는 저 문화센터를 전전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고민스러운 게 지식을 샇는 것은 체력을 단련하는 것처럼 ‘효율’의 문제일 뿐 그나마 남는 게 있는데, ‘예술’이라는 건 질적으로 우수하지 않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결과처럼 무턱대고 따라할 수도 없는 미묘한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아이에게 맞는 과정을 잘 찾고, 꾸준히, 오랫동안 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부모이기에 몇 가지 조언과 방법만을 고려한다면 이런 공자님 말씀만큼 정답도 없는 셈이다. 하지만 자기만의 소신을 가지고 자기 아이를 제대로 보는 부모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러기에는 세상은 너무 열려 있고, 매력적인 정보는 너무 많고, 귀를 간질이는 속삭임 또한 쉬지를 않는다.

결국 자신만의 몇 가지 기준이나 정보가 필요한 법인데, 그중 하나가 창의성이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언제 필요할지도 모르는 이 능력을 위해 필요한 수업과 교육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조건에 충족하지 못하는 수업은 아무리 옆집 엄친아가 다니고 있다라도 포기할 줄 아는 현명함이 저절로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같이 배에서 난 아이라도 다를 수밖에 없는 아이의 발달 단계는 그에 앞서 기본으로 알아야 하는 지식이겠지만. 

▲ 아이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놀이감이 된다. 다만 세상은 아이들의 놀이감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좋은 환경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뉴스피크

놀 곳이 없는 아이들

퍼포먼스 미술수업, 창의성 미술놀이터라는 개념을 제일 먼저 대한민국에 퍼트리기 시작한 ‘미술로 생각하기’는 전국에 130여 개의 교육원이 있다. 그중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잘 하기로 소문난 곳들이 몇 군데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대구 만촌에 있는 교육원이다.

일단 다른 곳의 교육원보다 크고 넓은 만촌점은 환경이 다른 곳보다 좋은 편인데, 특히 부럽기 그지 없는 것이 바로 별도로 존재하는 델타수업을 위한 공간이다.

델타수업이란 다른 게 아니라 모래놀이를 하는 시간이다. 물론 그냥 모래가 아니라 천연모래에 벌집을 섞어서 만든 것인데, 부드럽고 찰진 편이다. 작은 공간에 그렇게 모래로 마음껏 놀 수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그보다 좋을 수 없다.

이제는 놀이터에서도 더럽다고 모래가 사라지고 있으니, 마음놓고 감촉을 느끼고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그나마의 공간도 거의 없어지고 있는 듯하다. 환경이 좋아지는 것인지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비록 실내지만 사실사철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어른의 걱정에 비해 아이들을 그저 좋을 뿐이겠다. 그리고 7살 아이들의 델타 수업이 시작되었다. 여자 아이인 계림이, 남자 윤재와 에디가 함께하는 수업이다. 윤재는 고집이 조금 있지만, 기발한 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다. 수업도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이끄는 편인데, 이미 델타수업을 1년 정도 했다고 한다.

여자아이인 계림이는 조용하고, 자기 작업에 열심인 편이다. 아무래도 집중력이 좋아보인다.
안경 낀 에디는 무척 장난을 좋아하고, 쉴새없이 친구들의 작업에 지켜보고 참여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의외로 꼼꼼하고, 또 남을 잘 도와준다.

수업은 먼저 모래를 다지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나 컵에 모래를 모래를 담고, 그걸 다져서 모양을 만든다. 이렇게 다지는 작업은 보통 6세를 지나 7세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된다고 한다. 간단해 보이는 작업에도 성장발달이 보이는 게 재미있다.

하나둘씩 모래덩어리들이 만들어지더니, 점차 만드는 모양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옆 친구가 만드는 모양을 보더니 점차 큰 것, 그리고 색다른 것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작업이 점차 다채로워지고 개성을 갖게 된다.

‘또래효과’라는 게 있다. 어린이들은 집에서 부모와 대화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놀면서 익히는 것에 더욱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실제 언어습관까지도 그렇다고 하니, 아이들의 서로 영향을 주고, 경쟁하는 효과는 성장에서 가장 큰 조건 중에 하나인 셈이다. 이때 이런 효과가 자유롭게, 그리고 스스로 이루어지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 듯하다.

다른 모양의 틀을 가져다 색다른 모양을 만들고, 그러다 작은 덩어리 위에 다른 덩어리를 올려 이층집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갑자기 윤재가 뭔가를 생각하고 둘러보더니 큰 바구니를 가져와 모래를 담기 시작한다. 우와 선생님이 칭찬을 하고, 아이들도 윤재의 작업을 쳐다보더니 아이들도 흥미를 가지고 함께 돕는다. 어느새 협동작업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래덩어리들은 건물이 되고, 아이들은 거기에 자신의 생각과 취미를 새기기 시작한다. 모래덩어리에 문을 새겨지고, 창문이 만들어지고, TV 안테나가 달린다. 한 아이가 TV를 무척 좋아하거나 부모가 좋아함이 틀림없다. 어느덧 모래놀이터는 다채로운 건축물로 채워진 훌룡한 마을이 되었다. 

▲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모래놀이.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의외로 많음을 알게 된다. ⓒ 뉴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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