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두 장인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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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모두 장인과 같다.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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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아이들의 놀라운 미술수업

 

▲ 자기 작업의 재미에 푹 빠지기도 하고, 친구 작업에 관한 호기심으로 기웃거리도 한다. 아이들은 즐거운 놀이로 앎이 기쁨, 관계의 방법 그리고 재료와 사물의 지식을 얻는다. ⓒ 뉴스피크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믿는 것

5세 아이들이 수업을 막 시작하였다.
동물농장을 만드는 듯한데, 지우, 유주, 재승이가 열심히 무대와 풀밭을 만들고 있다.
어떤 동물과 소풍을 갈거에요?

선생님이 묻자, 지우는 ‘토끼’친구를 만든다고 대답을 한다.
풀밭을 만드는데 집중을 하던 유주는, “선생님 색종이가 잘 안잘라져요.”라고 말하면서도 꼼꼼히 자르기를 멈추지를 않는다.

▲ 유주가 꼼꼼히 색종이를 가위질 한다. 아직 손가락이 활발할 나이가 아니니 섬세한 작업은 더디기 마련이지만, 한눈 팔지않고 한참을 집중을 한다. 아이들은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놀라운 장인이 된다. ⓒ 뉴스피크
그렇게 꼼꼼히 자르다 언제 풀밭이 완성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유주는 씩씩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이걸 다 깔면 (풀밭이) 되잖아요.”

아이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갖는 책임감과 집중력은 우리의 생각과 다른 듯하다. 아이를 어리게만 바라보고, 또 그렇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일지도 모른다. 미술로 생각하기의 수업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은 자신만의 생각과 책임으로 작업을 임하는 작가와도 같다. 우리는 그 아이들을 작가로 대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아이들은 각자 난 이렇게 할 거야라고 말하면서 자기만의 작업을 한다. 선생님과 대화를 하면서도 자신의 손과 재료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토끼가 제일 빨라!”
“아냐, 우리 엄마가 치타가 더 빠르다고 그랬어!”

지식이 많지 않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참으로 재미있다. 이때가 가장 예쁠 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좀 더 순수하면서도, 조금씩 알아나가는 시기이기에.
이제 지식이 쌓이면 이때의 경험은 전혀 다른 무엇인가로 싹뜨게 되리라 기대를 하게 된다. 

▲ 지우가 예쁜 뱀을 만들기 위해 열심이다. 가늘고 길게 모양을 뽑으려 하는데, 쉽기가 않다. 작은 손으로 쉴새없이 두드리고, 늘이고를 반복한다. ⓒ 뉴스피크

수업은 미리 정해진 게 아닌다

이제 조금씩 형태가 완성되자, “무대를 여기다 할까?” 하고 선생님이 물어본다.
“나는 싫어, 싫어!” 하면서 아이들이 각자 의견을 말한다.
수업 또는 교육이란 이렇게 주고받는 게 정상이다. 각자 작업에 몰두하다가도 의견을 말하고, 그에 따라 수없이 결정되는 것이다.

선생의 역할은 쉴새없이 질문하고 호응하며 추임새를 넣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동물을 만들어야 할 시간인가 보다. 선생님이 점토를 나누어주기 시작한다.

“앗, 차가워!”
서둘러 손을 내밀던 아이들을 물에 적셔진 점토에 호들갑을 떤다. 이제 다시 자신만의 작업 시간이 된다. 선생님도 점토로 자신의 동물을 만들고, 지우와 재승이는 나름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조물락거리면 만들기 시작한다.

그때 옆에서 아직까지 꼼꼼히 자르던 색종이를 유주가 그제서야 색종이를 바닥에 붙이기 시작한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풀밭은 만들고 동물을 만들고 있지만, 선생님도 다른 아이들도 그리고 유주도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다. 각자 자신만의 공방과 재미가 있는 듯하다.

사실 작업(그리고 성장도)이라는 게 어떤 정해진 시간표가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자신이 만족을 하고, 그렇게 만들어가면 되는 게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곳에 이르는 방법과 경로도 너무도 다양한 게 사실이다. 아이들은 그 방법과 경로가 무수히 많음을, 그것을 익히는 게 너무도 즐겁다는 것을 놀이를 통해 익히는 것이다. 또 그를 통해 세상에 대한 놀랍도록 많은 지식을 익혀나가는 것이다.

▲ 처음 지우의 선택은 토끼. 하지만 높은 솟은 귀가 쉽지 않다. 아이들은 4, 5세가 지나면 사물의 특징을 묘사하는 데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어른은 그런 아이의 능력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 뉴스피크

그저 지켜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도 없다

갑자기 유주가 말을 한다.
“어, 다 했나 봐!”

잘라놓은 색종이를 어느새 다 붙인 것이다. 그러고는 여기는, 저기는 하면서 자신이 만든 풀밭, 동산을 나름 설명을 해준다. 자신만의 세계가 창조된 것이다. 유주도 만족스럽고, 보는 사람도 흐뭇하다. 성취감은 이렇게 생기나 보다.

이제 유주까지 동물 만들기에 빠져든다.

▲ 즐겁고, 또 진지하고. 아이의 표정은 짧은 수업시간에도 수없이 많이 변한다. 그만큼 아이는 그 시간에 집중을 하고 있다. ⓒ 뉴스피크
선생님이 먼저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아이들의 창작의욕을 다양하게 자극시킨다.
“토끼는 귀가 너무 길어요.” 지우는 토끼의 특징을 만들려 하는데 쉽지 않은가 보다.

재승이는 사람을 만든다고 하더니,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한다. 보니 사람은 없어지고 깜찍이 양이 만들어졌다. 분명 사람을 만든다고 했는데, 묘한 색으로 귀엽게 생긴 양머리를 만들고, 나름 자랑스러워 하고, 또 나름 재미있어 한다.

이제 선생님은 마녀 이야기를 들려주며 분위기를 잡고, 아이들은 진지하게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

유주는 토끼에서 사자로 다시 개구리로 대상을 바꾼다.
지우는 무지개로, 사자로 변하다가, 소품으로 나온 예쁜 리본을 보더니 결국 여자뱀으로 최종 결정을 한 것 같다. 계속 점토를 밀가루 반죽하듯이 주물거린다. 모양은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지만 개의치는 않는다.

▲ 한 마리 뱀이 만들어졌다. 눈도 달리고, 꼬리도 매끄럽다. 아이의 정성이 느껴진다. ⓒ 뉴스피크
그 사이 선생님은 진짜 긴 뱀을 만들겠다고 점토로 가늘고 긴 뱀을 만들자, 아이들이 지지않고 소리친다.
“난 더 긴 뱀을 만들거야!”
“난 더, 더 긴 뱀을 만들거야!”
“뱀 예쁘지?”
“눈이 어딨어?”
“이따 붙일거에요.”

언니 뱀, 애기 뱀, 이야기가 만들어지면서 아이의 얼굴에 흐뭇함이 새겨진다.
그렇게 하나의 수업이 아이의 웃음가 함께 마쳐지고 아이의 마음 속에 또하나의 세상이 새겨진다. 결국 배우고, 채우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이뤄낸 것이다. 

▲ 유주와 재승의 무대가 거의 완성이 되어간다. 재승이는 동물을 만들고 있고, 유주는 이제 다 잘라진 풀을 붙이고 있다. ⓒ 뉴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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