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오리건으로
캘리포니아에서 오리건 주를 바라보고 차를 달려봅니다.
이때 이용하기 편한 도로가 I-5입니다. 그저 쭉 달리면 오리건을 향해, 거기를 지나 시애틀을 넘어 캐나다까지 갈 수 있는 도로입니다.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되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캘리포니아에서는 새크라멘토를 지나고 나면 대도시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레딩이라는 도시를 지나면 완연히 다른 풍경을 반깁니다. 지나다니는 차와 사람도 드물고, 산과 호수만이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입니다.
대륙이라는 말은 광활함이기도 하지만, 고단하게 이를 데 없는 넓이이기도 합니다. 우리야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넘어가는 데에 국도를 이용해도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만, 이 나라는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넘어가는 것도 반나절이 필요할 때가 많고, 주의 경계를 넘어가는 것은 다른 나라로 가는 것만큼 지난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어느 나라나 고속도로보다 국도가 볼 게 많습니다. 단지 볼 게 많은 정도가 아니라, 속살 깊은 풍경을 만날 기회가 절대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그렇지만 그런 유혹을 눈물로 참고 고속도로를 달려 머나먼 나라를 찾아가게 되는 곳이 또 그곳입니다.
그렇지만 달리 대륙이겠습니까.
집도 보이지 않는 너른 땅을 달리던 무인지경의 고속도로도 기묘한 호수와 산을 만나게 되는 데 그곳이 바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저수지인 샤스타 호수 Shasta Lake와 산입니다.
비록 한국에서는 겨울이 물러나기 싫어하는 3월초이지만, 캘리포니아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닷가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기온입니다. 그런 따스한 도로를 달리다 문득 정면으로 하얀 산의 삼각지붕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여, 지금 내가 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넋을 잃고 달리다보면 갑자기 바다와 같은 호수가 나옵니다.
잠시 고속도로를 벗어나 임도로 접어들면 호수의 가장자리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그 길에 서서 하염없이 호수를 바라봅니다.
넓고 아득하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주변 둘레가 600km가 된다고 하니, 볼 것도 할 것도 많은 것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광활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항상 그런 넓이에 서면 가장 가깝고, 작은 것만 보입니다.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이죠. 그리고 가장 가까운 따뜻함입니다. 어쩌면 미국인들이 집착하는 그런 ‘가족’이라는 가치는 이런 광활함이 주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문득 생각을 해봅니다.
샤스타 호수는 거대한 샤스타 댐 www.usbr.gov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북쪽 끝에는 샤스타 호 동굴도 있어 투어도 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레딩까지는 350km이고, 레딩까지 Amtrack(www.amtrack.com 미국 철도)이 운행된다. 다만, 시간과 이용이 조금 까다롭다. Greyhound도 다니지만 이방인이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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