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발 빠른 성장과 천천히 가는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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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발 빠른 성장과 천천히 가는 교과서?
  • 윤민 기자
  • 승인 2020.0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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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크] 

“아빠! 아빠! 이 문제는 도저히 못 풀겠어요.” 

아이가 학교를 가지 못한지 벌써 5개월이 되었다. 중학교 1학년인데, 아직 교복을 한 번도 입어보지 못했다. 지겨워하고, 힘들어하던 시간이 지나고, 그나마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제 부모들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선생님과 마주 보면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이 바로 옆 엄마와 아빠에게 쉴 새 없이 들이닥쳤다. 덕분에 요즘 아이들의 교과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교실에서 선생님이 학생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단편을 알게 된 게 그나마 재미라면 재미라고 하겠다. 

가끔 뜬금없는 과제와 내용에 당황하게 되고, 이게 어떤 의미에서 시작된 것일까 아이와 함께 토론하고 결론내리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문제들에 당황하고, 같이 혼란스러워하며 웃기도 하고, 짜증내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갑자기 엄마, 아빠를 찾으면 불안과 기대가 교차한다. 

이번에는 <기술과 가정>에서 나온 문제를 며칠간 붙잡고 있다가 도저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아이가 가져나온 것이다. 

 

문제는 아래와 같다. 

 

1. 올바른 성 정보 탐색 활동을 해 보자.  

 

1-1. 나는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성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는지 체크하거나 써 보자. 

 

1)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 

2) 성인용 잡지 

3) 온라인 음란 사이트 

4) 성인용 영상물 

5) 19세 이상 방송 프로그램 

5) 공란 

 

1-2. 잘못된 성 정보를 습득하게 되면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야기해 보자. 

 

1-3. 잘못된 성 정보를 대할 때 나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자. 

중학교 1학년 기술과 가정 교과서. ⓒ 뉴스피크
중학교 1학년 기술과 가정 교과서. ⓒ 뉴스피크

솔직히 너무 당황했다. 그리고 어떤 의도로 이런 문제를 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런 것들을 이미 보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 것일까? 아니면 이런 경로도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것일까? 

성 정보를 어디서 얻고, 어떤 방식으로 얻어야 하는지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자신이 그것에 해당되는지 확인하고, 북돋아 주는 게 교육의 방향이 아닌가. 

그런데 마치 주간잡지에서 설문조사 하듯이 “이런 것 본적 있나요?”하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우리 아이는 본적이 없으니 대답할 말이 없었다. 설혹 봤다 하더라도 누가 교과서와 선생님에게 “저 이것 봤어요!”하고 당당하게 대답할 것인가? 오히려 짓궂은 남자아이들이라면 우리 이런 거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까? 

결국 도저히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있어서 아이와 농담처럼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영향? 좋지 않은 영향! 

어떤 태도? 좋은 태도! 

사실 교과서를 정말 많은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고 계심을 믿고 있으며, 선생님들이 현재 아이들의 고민과 학습에 제대로 응답하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가끔 알 수 없는 과제와 질문을 보면서 아이들의 성장을 교육자를 비롯해 우리 기성세대가 제대로 따라가고 있지 못하는 게 아닌가 질문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저런 문제는 항목을 수정한다면 초등학교 1학년 때에나 적당한 질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문득 교육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교사와 부모가 자주 공유를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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