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전반기 의장 임기를 두 달여 밖에 남겨놓지 않고 있는 강장봉 수원시의회 의장의 말이다. 의장으로 당선돼 깨끗하게 하겠다고, 시민을 모시듯 의원들도 섬기겠다고, 당의 입장을 떠나 모두가 하나되는 성숙한 의회를 만들겠다고 한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의회의 기본 역할이다. 하지만 강 의장은 시 집행부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 또한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봤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애쓰는 부분은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강 의장의 생각이다. 후반기에도 염 시장이 시민을 보고 갈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도록, 자기 성찰을 통해 시민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24일 오전 수원시의회 의장실에서 강 의장을 홍재언론인협회가 만났다. 오는 6월말이면 의장 임기가 끝나고 7월부터는 새로 뽑힌 의장이 후반기 의정활동을 이끌어 가게 된다. 당연히 질문은 의장으로 다시 출마할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의장 선출에 대해 “관행보다는 새로운 모델 만들어야”
“우리 시의회가 성숙한 모습으로, 미래지향적인 의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과거 관행 보다는 (의장 선출과 관련)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 번 했으니 다시 의장을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부담스럽다는 게 강 의장의 답이다. 다만, 자신이 지금 나간다 안 나간다 의사 표명을 하기 전에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의장 출마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고, 그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거듭 강 의장은 의장 선출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내와야 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인터뷰가 있기 하루 전, 김진원 오산시의회 의장이 민주통합당을 전격 탈당했다. 이러저러한 설들이 난무하지만, 김 의장은 탈당 배경 중 하나를 ‘정당공천제 폐지’에서 찾았다.
이에 대해 강 의장은 4.11 총선 과정에서 김 의장이 여러 모로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김 의장 만이 아니라 모든 의원들이 느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탈당과 관련해선 탈당을 하든 안 하든 자신은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공히 치우침 없이 의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탈당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지방자치 정착 위해 꼭 필요”다만,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하며 공감을 나타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했다.
강 의장은 가장 힘들면서도, 동시에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의정활동을 ‘무상급식’과 관련한 활동이라고 떠올렸다. 초창기에 참 민감한 현안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민주당은 아예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왔기 때문에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강 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무상급식에 적극 동의를 해주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아무래도 의원들 각자가 독립기관의 성격을 갖다보니 의장으로서 하나로 모아내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런 속에서도 강 의장은 끝까지 인내하고 설득하면서 각각의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했단다.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가니 모든 일이 원만히 풀리더라”고 했다.
하지만, 시의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당장 4.11 총선 때 불거졌던 누더기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도 시의회가 적절히 대응했느냐는 지적이다. 미금역 신설, 오원춘 사건 등 지역현안에 대해 시민의 대표인 시의회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금역 대응 미흡 “중앙정치 몫으로 생각한 것이 사실”우선 선거구 획정 문제와 관련해 강 의장은 “시 집행부와 사전에 조율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염 시장이 먼저 행동을 취했다”며 “사전에 대화를 나눠 같이 움직이자, 같이 힘을 모으자고 했으면 힘을 모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금역 신설에 대해선 “중앙정치의 몫으로 생각한 것이 사실”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오원춘 사건에 대해선 “염 시장이 먼저 대응하는 만큼 의회 차원에서 적극 협력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 의장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4.11 총선결과에 대해 강 의장은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압도적으로 지지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의 말을 전했다.
강 의장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수원화성 복원사업, 비행장 이전문제 등 지역현안을 꼭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공약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고도 했다. 시의원들이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이 시의원 눈치 보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인터뷰는 끝났다. 의장실 한 켠 책장에 “잠깐 생각”이라고 붙여진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일언삼사(一言三思)라는 말이 있잖아요. 말을 한 번 뱉으면 주워 담기 힘들죠. 결정하기 전에 신중히 생각하자는 의미입니다.”
“당을 떠나 오직 시민 중심, 현장 중심의 의정 활동을 펴는 성숙한 의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강 의장다운 좌우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