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지나왔던 어느 골목보다, 외지고 캄캄했던 너를,
왜 다시 들어섰는지는, 어떤 문장으로도 설명 못한다.
빈 젖을 칭얼대는 아이의 유년을 건너, 사내는 어미의 머리채를 낚아채고, 시간 맞추어 울음소리가 퍼질 때면, 곰팡이의 기호로 얼룩진 담벼락이 가리고 있던 빈 집에선, 누군가 자꾸만 떠나갔다
곰팡이의 성지인 이 골목 끝에, 강철 새벽이 있다며, 두부장수가 지나갈 때면,
무너지지 않으려, 담벼락을 등에 받치고 서서, 운명은 꿈꾸는 게 아니야, 받아들이는 거야라는 너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네 작은 발로 찍어낸 발자국들이, 밤하늘에 점멸할 때면, 어쩌자고 이 컴컴한 골목길에 들어섰을까, 한숨도 쉬지만.
골목을 들어서는 발걸음은, 결코 설명되지 않는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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