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옆엔 납작 집이 있었지.
해 뜨기 전 공장으로 스며들어, 어두워지면 슬금슬금, 양철 기운 납작 집에서
새벽출근을 기다렸지. 공장은 시커먼 폐수로 마을길을 넓히고,
건들건들 젊은이들 백구두도 만들었지. 두꺼비는 헌집을 주면 새 건물을 올렸어.
그 와중에 토종닭들은, 달걀이 부실하다고 낯선 닭들로 바뀌어 갔지.
습한 날에는 닭똥 냄새에선, 어쩐지 조미료 냄새가 났었다고.
마을 회관 옆 정자를 헐고 나무를 뽑아낼 때, 뿌리가 움켜쥐고 있던 건 흙이 아니라,
우리 가슴 속 무엇이었어. 실려 나가는 나무가 보이지 않자, 모두 가벼워진 걸 느꼈지.
왠지 술이 먹고 싶어졌어. 갑자기 가벼워져, 헐거워져 바람 부는 대로, 아무렇게나 흔들릴 수 있을 것 같았어. 아니, 우린 바람이었어.
그 옆엔 납작 집이 있었지.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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