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강남훈 한신대학교 교수(경제학과)가 30일 오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취재 기자단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이다.
강 교수는 “춤추는 것도 일자리가 되는 세상”이라면서 “자기 소질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려서는 혁신적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천명의 청년이 놀다가 한명만 성공해도 다른 청년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게 혁신 일자리, 미래의 일자리”라면서 “청년들에게 혁신하는 용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적극 추진하는 기본소득 정책의 멘토로 알려져 있는 강 교수는 국내 최고의 기본소득 권위자로 꼽힌다. 2009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만들어 활동해 왔으며,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무상급식과 성남시 청년배당을 자문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 받고 있는 배경에 대해 강 교수는 정규직 완전고용이 불가능해 진 경제 환경과 불평등의 심화가 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4차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으로 정규직 완전고용은 불가능해져 일자리가 줄고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전통적 복지국가에서 쓰는 방법으로는 불평등이 더 늘어난다”면서 “불평등을 방치하면 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측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과 관련된 질문에 강 교수는 “우리나라 같이 천연자원이 많이 나오는 나라가 아닌 경우는 과세를 통해 마련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본소득 규모로 봐서 대규모 과세기기에 국민의 3분의 2 정도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가 핵심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기본소득의 경제학>(박종철출판사)이라는 저서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매달 3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제도를 시행할 경우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특별세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주려면 필요한 예산은 180조원이다. 시민소득세(소득의 10%)로 120조원, 화석원료 사용 등에 부과하는 환경세로 10조원, 토지에 부과하는 토지세(약0.55%)로 30조원을 거두면 예산이 마련된다. 이럴 경우 연소득 8천~9천만원의 중산층까지 기본소득의 순수혜자가 된다.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기에 기본소득에 대해 제대로 안다면 반대하거나 거부할 이유가 없음을 보여준다.
강 교수는 “기본 소득은 원칙적으로 제약이 없는 현금으로 지급돼야 하는데, 지역화폐는 사용이 제약돼 있다”면서 경기도에서 추진되는 기본소득인 청년배당이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강 교수는 “진정한 일자리는 소비에 의해서 민간시장에서 만들어진다. 일자리는 지역적으로 소비가 균등할 때 가장 많이 생긴다”면서 “(지역화폐를 통한 청년배당 지급은) 청년들이 비록 불편하더라도 지역에서 경제가 살아나게 하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이 생기면 놀고먹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지적과 우려에 대해 강 교수는 핀란드의 기본소득 정책 실험 예를 들며 “청년들이 일해도 (기본소득을) 주면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면서 오히려 청년들의 구직활동이 증가했음을 역설했다.
시필레 총리가 이끄는 핀란드의 중도우파연립정부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2년간 기본소득 정책 실험을 했다. 좌파가 아니라 중도우파 성향의 정부에서 추진된 것이다.
이와 관련 강 교수는 “핀란드에는 무소득자가 없다. 이미 모든 실업자가 한달 560유로에 해당하는 구직수당을 받는다. 80만원 정도다. 65세까지 받을 수 있다. 그 이후엔 기초연금을 받는다. (그렇기에) 청년들이 560유로 이하의 일자리에는 안 간다”면서 “(기본소득은) 완전고용시대에 만들었던 일하면 안주고, 일 안하면 주는 식의 어리석은 제도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틀간 열린 기본소득 박람회와 국제콘퍼런스에 대한 총평을 해달라는 질문엔 강 교수는 “많은 도민들이 함께 참여해 주셔서 고맙다. 특히 경기도상인연합회에서 2천명의 회원이 와 주셨다”며 “지역화폐, 기본소득에 대한 기대와 고마움이 드러났던 게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정책을 발표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입장에서 너무나 좋은 기회였다. 외국에서 온 전문가들이 최신 소식을 전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됐다”면서 “다만 도민들이 모든 세션을 다 들으면 좋았을 건데, 놓쳐 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좀 더 충분한 토론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