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등장인물의 성명학
상태바
삼국지 등장인물의 성명학
  • 송강호(삼국지 칼럼리스트)
  • 승인 2014.10.0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강호 - 삼국지, 새로 읽다!(8)
▲ 『삼국지연의』 등장인물도.
  
삼국지는 제목부터도 삼(三)이 나오듯이 삼(三)을 위주로 해서 전개되는 사건들이 너무도 많다. 유비는 도겸이 권하는 서주(徐州)를 세 번 사양하는가 하면 공명의 초려(草廬)를 세 번 찾아간다. 공명이 주유를 크게 분노케 한 것이 세 차례이고, 또 공명이 자룡에게 준 지혜주머니가 세 개다.
 
이렇듯 거의 대부분이 삼(三)으로 짜여 있는데 묘하게도 등장인물의 성명만은 삼(三)을 이루지 못하고 대개가 두 글자이다. 유비, 관우, 장비가 그렇고 조운, 마초, 황충이 그렇다. 손권, 주유, 노숙이 그렇고 조조, 순욱, 곽가가 그렇다. 이밖에도 원소, 동탁, 여포, 장료, 여몽, 강유 등 모두 다 거론하기 어렵다.
 
제갈량(諸葛亮)도 겉으로는 성명(姓名)이 석 자이나 제갈이 복성(複姓)인 것을 보면 사실 이름은 외자이고, 하후돈, 사마의 역시 복성으로 외자이다. 이렇게 삼국시대 등장인물의 성명은 특별한 예외를 빼고는 대부분 외자인 이유가 무엇일까?

▲ 『삼국지연의』 등장인물도.

선진시대
(先秦時代) 그러니까 중국 고대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대부분 외자였다. 다시 말해서 성명을 합쳐서 모두가 두 글자뿐이었고, 석 자로 된 성명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춘추공양전』에 두 글자 이름을 꺼렸다는 기록도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인구가 증가하다보니 한나라 때에 이르러서는 같은 이름으로 인한 혼동을 초래하는 불편이 심해지자 이름을 두 글자로 하는 경향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같은 풍조는 또 다시 왕망(王莽)에 의해 한 차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왕망은 옛 방식인 외자를 선호하여 자신도 그렇지만 이름을 한 글자로 해서 두 글자 성명을 사용하도록 하였다그 후 왕망과 그가 세운 나라는 사라졌어도 그 영향 때문에 후한말 삼국시대에도 여전히 이름을 외자로 쓰는 경향이 성행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외자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연의 저자인 나관중에게 그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것이다
 
* 필자소개
송강호 : 삼국지 칼럼니스트, 번역비평가. 국내 삼국지 역본에 대한 제반 문제를 검토하고 번역비평의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평론으로 <삼국지를 찾아서>, <삼국지 번역비평의 오해와 진실>이 있으며, ‘난중일기로 보는 삼국지’ 등 다양한 주제로 삼국지 강의를 펼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남문서점 2014-10-15 13:02:35
좋은글 항상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분량이 쬐끔더 늘었음 좋겠습니다....맛나게 읽을만하면 끝나는 아쉬움 ㅎㅎ.^^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