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김복동의희망’과 문화예술인들이 9월 24일(화) 오전 11시 주한독일대사관이 있는 서울스퀘어 건물 앞 계단에서 베를린 평화의소녀상(‘아리’) 철거를 반대하며 영구 존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문화예술인 모임인 <색동>과 <전시유랑단> 일본군‘위안부’피해자이며 인권평화운동가로 살아온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이어가는 <김복동의희망> 공동주최로 열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노래, 라이브드로잉, 그림과 조각품, 퍼포먼스 등 예술작품을 통해 베를린 미테구청의 평화의소녀상 철거계획을 반대하고 영구 존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가수 김민정 씨의 노래로 시작됐다. 김민정 씨는 평화의소녀상 김서경 작가의 글에 곡을 쓴 ‘죽어서도 살아 있을 테니’와 ‘희망나비’라는 노래를 통해 평화의소녀상을 지키는 것이 곧 역사의 진실을 지켜내는 것이라는 의미를 전했다.
이어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임그린 작가가 베를린 평화의소녀상 철거 위기 상황에 대한 전체일지 낭독을 통해 경과보고를 했다.
독일 현지의 한인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 주최로 지난 2020년 9월 28일 베를린에 세워낸 평화의소녀상 ‘아리’는 전범의 역사를 기억하고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 회복, 나아가 평화를 위한 약속의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임그린 작가는 지난 4년간 많은 압력과 철거 시도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과정을 소개하며 건립 4주년이 되는 오는 9월 28일 철거 위기에 직면한 베를린 소녀상을 꼭 지켜내자고 다짐했다.
평화의소녀상 조각가인 김서경 작가(김복동의희망 공동대표)는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이며 인권평화운동가였던 김복동 할머님께서 생전에 일본정부가 사과하는 그날까지 전 세계 아이들과 여성들의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전 세계를 다니며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겠다고 하셨던 말씀을 소개하며, “일본이 평화의소녀상을 없애려는 것은 전범의 역사를 지우고 피해자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일본정부와 극우세력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질타했다.
특히 김서경 작가는 “처은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소녀상이 세워지기 전부터 일본정부는 전범국으로서 반성은커녕 피해국의 땅에 피해자를 기리는 상징물을 세우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했다. (일본정부의) 그러한 압력은 멈출 줄 모르고 세워져 있는 평화의소녀상 철거를 위해 모든 것을 동원하고 있다”며 “그 반면 대한민국 정부는 민간차원에서 하는 일이라며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서경 작가는 1970년 12월 7일 당시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 유대인 추념비에서 쏟아지는 폭우 속에 눈물 흘리며 참회의 무릎을 꿇은 사건인 일명 ‘브란트의 무릎꿇기(Brandt Kniefall)’를 언급하며 “독일 베를린 시장과 미테구청장은 한국의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소녀상 철거 압력을 행사하는 일본을 꾸짖어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어, 평화의 소녀상 조각가인 김운성 작가는 독일이 전범 역사 반성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평화의소녀상 철거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김운성 작가는 우파 성향인 카이 베그너 베를린시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본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뒤 “(일본 정부가) 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약속받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독일의 반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한 ‘김복동의희망’ 윤미향 공동대표(전 국회의원)는 유럽, 콩고, 우간다, 베트남 전시성폭력 피해여성들의 손을 잡으며 “이 땅의 모든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 는 메시지를 세계를 향해 선포했던 김복동 할머님의 삶을 소개하며 “오늘 날 독일의 소녀상 철거 시도는 일본군 ‘위안부’에 의한 전시성폭력의 역사를 넘어서서 평화를 향한 염원과 실천, 그리고 피해 여성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세계 시민들의 의지를 철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미향 공동대표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여성들의 인권과 존엄을 파괴하는 것이기에 소녀상을 철거하고 다른 대체 조형물로 인권과 평화를 기억하겠다는 미테구청장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나치 전범의 역사를 참회한다던 독일과 평화의소녀상을 철거하려는 독일이 같은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독일과 베를린시의 평화의소녀상 영구 존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아리) 영구존치를 촉구하는 자신들의 작품을 각자 들고 소개했다. 일본정부와 우익세력의 주장을 받아들여 반성하지 않는 독일의 모습을 풍자하거나, 평화의소녀상을 지키고 평화와 인권의 약속을 이어나가기 위한 의미를 담은 작품들도 소개하다. 특히, 백영욱 작가는 현장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고 (라이브 드로잉) 전체참가자들이 석고소녀상에 나비공예작품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베를린 평화의소녀상 영구 존치(무병장수)를 위해 다양한 예술 작업과 행동을 통해 힘을 보태겠다며 인권과 평화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세계 문화 예술인들 및 시민들과 연대하며 끝까지 베를린 평화의소녀상과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자회견 마지막 순서로 문화예술인들은 주한독일대사관 측에 일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추모하고, 그 여성들이 외쳤던 인권과 평화의 목소리가 오늘과 미래세대들에게 기억되고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해 주기를 요청하며, 독일 정부와 베를린시, 미테구에 베를린 평화의소녀상 영구 존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전달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철거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2020년 9월 28일 베를린 미테구청의 공식 허가를 받아 설치됐으나 설치 직후부터 일제강점기 식민지 착취 및 전쟁범죄를 감추고 역사를 왜곡해 온 일본 정부는 독일 정치인과 공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평화의소녀상 철거를 압박했다. 이에 굴복한 미테구청장은 결국 오는 9월 28일 평화의소녀상 철거를 예고한 실정이다.
이에 지난 9월 19일 오후 미테구의회는 철거 위기에 놓인 독일 베를린 소녀상에 대해 ‘계속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다. 전체 49표 가운데 27표를 얻어 과반을 넘겼다. 그럼에도 미테구청장은 철거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미테구 구민들의 의사도 무시하고, 의회의 공식 결의도 무시하고, 오로지 일본정부와 일본정부의 로비를 받은 베를린시장의 목소리만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게 양심적 시민사회의 판단이다.
아울러 문화예술인들은 오는 9월 26일 독일 대사관측과 면담을 통해 한 번 더 베를린 평화의소녀상 영구 존치를 촉구하는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9월 19일 미테구 의회는 평화의소녀상 존치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베를린 평화의소녀상을 지키는 국제 서명이 현재 4만명을 넘어섰으며, 5만명을 달성하면 독일 연방의회에서 공식 의제로 다룰 수 있게 된다.
* 서명운동 링크 https://www.change.org/p/아리를-지킵시다-평화의소녀상은-반드시-존치되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