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윤미향 의원이 결국 더불어민주당에서 출당 제명을 당했다. 사회운동에서 키워 온 꿈을 국회에서 이어가고 싶었을 윤미향 의원에게, 지난 1년간 국회의원 자리는 결코 영광도 특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상상해본 적도 없는 끔찍한 가시밭길이고, 단 한순간도 마음 편하지 못했을 무간지옥이었을 것이다.
기득권 우파와 특권 카르텔, 언론, 검찰에게 타겟이 돼서 온갖 마녀사냥, 혐오, 낙인찍기를 당했고 SNS 메시지, 댓글, 저주의 후원금(18원, 66원, 44원)을 통해 계속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기자들의 펜과 카메라, 우익논객들의 혀는 칼날과 총알처럼 윤미향 의원의 온 몸 구석구석을 찔러댔고 수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극우 유튜버들은 윤의원의 집에까지 무대차량을 끌고와 동네방네 떠들며 악질적 괴롭힘을 가했다.
남편까지 비난과 조롱을 당해야 했고, 따님은 사이버 성폭력들에까지 시달렸다고 한다. 딸과 며느리를 자랑스러워하고 믿고 응원하던 연로한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들까지 막대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대인기피증에 걸리고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한다.
이 가족에게 한국사회가 어쩌면 이토록 모질고 잔인할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윤미향 의원의 남편은 ‘남매간첩단’으로 조작돼서 고문까지 당했고, 20년 넘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통받았다. 윤미향 의원은 평생을 일본군성노예 피해자들과 연대했던 것이 부정당하고, 갑자기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몰려서 전사회적 조리돌림을 당했다.
검찰은 이 가족과 주변 지인들까지 모두 압수수색하고 계좌추적하면서 초미세 먼지털이를 했다. 이렇게 수십년 동안 한번은 ‘간첩’으로, 나중에는 ‘사기꾼과 위선자’로 몰아서 이 가족을 난도질하던 이 사회는 이제 ‘부동산 투기꾼’이라는 또다른 멍에를 씌우고 있다.
윤미향 의원은 이미 수많은 낙인이 찍혀진 그 좁은 이마에 ‘부동산 투기 의원’이라는 또다른 주홍글씨가 새겨져, 민주당에서 쫓겨났다. 이번에 낙인찍기를 자행한 것은 윤 의원이 인생에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별로 방패가 돼주지도 않던 민주당 지도부이다. 어리석고 비겁하기까지 한 민주당 지도부는 종부세를 깎아주고, 윤의원 등을 희생제물로 바치면 특권카르텔이 자신들을 어여삐 봐주며 권력 연장을 허용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투기 의혹의 증거’로 삼은 것은, 윤 의원 부부가 사회운동에 대한 헌신과 국가보안법 옥살이 등으로 챙기지 못하던 시절에 시댁 식구들이 시부모님에게 구해주고 나중에 불가피하게 윤 의원 남편의 명의만 빌린 저 함양 시골의 8500에 10평 짜리 빌라이다. 엘리베이터도 없고, 집값은 계속 떨어져 증여할 때 과세미달로 세금도 낼 게 없던 집이다.
부동산 투기꾼에게 사기를 당해서 서울에서 지방으로 밀려나고, 남편과 사별해서 비바람 막아줄 자그만 집에 살고 있는 윤 의원 시어머니의 집이 윤 의원 남편 명의로 돼 있었던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8500이면 서울에서 반지하 전세도 얻기 어려운 돈이고, 도대체 누가 경남 함양의 시골에서 집값 상승을 기대하겠냐는 상식도 소용이 없다.
마녀사냥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한번 주홍글씨가 박히고 낙인이 찍힌 희생양은 끝없이 소환된다는 것이다. 잠시도 숨을 돌릴 틈이 없다. 기회만 있으면, 빌미만 생기면 끝없이 광장으로 불러내서 ‘여기 이 마녀에게 돌을 던져라’고 선동한다.
또 희생양에게는 자기 스스로를 변호하고 항변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녀’는 입이 있어도 열 수가 없고, 말을 해도 들어주지도 않는다. 오로지 ‘저 사람도 마녀’라고 고발하며 마녀사냥에 동참할 때만 그에게 마이크와 연단이 주어진다.
이 법칙대로 윤미향 의원은 또다시 끌려나와 광장의 십자가에 매달렸다. 또 여기저기서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너가 던지니, 나도 던지고, 다같이 우르르 던진다. 누구도 윤미향 의원의 항변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그것을 실어주는 언론도 없다. 윤미향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또 온갖 증오와 저주의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물론, 언제나 가장 선봉에 서는 가장 악질적 마녀사냥꾼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조선일보>였다. 이 문제로 또 계속 윤미향 의원을 공격하던 <조선일보>는 출당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근거도 없고 사실도 아닌 의혹들을 기정사실화하며 “윤미향 같은 사람이 지금도, 앞으로도 국회의원인 나라”라는 ‘사설’을 실어서 확인사살을 했다.
<조선일보>는 최근에 조국 교수 부녀에 대한 그야말로 악마적인 삽화 사건을 통해서도 본질을 드러냈는데, 이에 대한 서천석 의사의 코멘트는 윤미향 의원에 대한 <조선일보>의 괴롭힘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조선일보는 집요하다. 극단적인 곳까지 끌고 간다. 사람을 찌르면 그만인데 칼로 찌르고 찌른 손을 비튼다. 잔인하다. 끝까지 간다. 무너진 사람도 조롱해서 아주 싹을 자르려 든다.”
이토록 폭력적이고, 잔인하고, 부당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역사는 윤미향 의원에게 자행된 지난 1년간의 이 마녀사냥과 야만을 분명히 기록할 것이다. 이를 주도한 주류 보수언론, 기득권 우파, 검찰의 아우성만이 아니라 그것에 동조하며 따라간 개혁언론과 지식인들과 일부 진보좌파들, 이것을 외면하고 침묵한 수많은 이들도 거기에 같이 기록될 것이다.
총선 때 국힘당의 위성정당 꼼수에 대응한다며 사회운동 활동가들을 비례후보로 데려가 득표에 이용해먹은 민주당은 마녀사냥 희생양의 옆에 있다가 돌 맞을까봐 손절하기 바쁘고, 진보좌파 진영은 그 희생자가 민주당 쪽이면 마녀사냥에 방관적 태도를 취한지 오래 됐다.
그래도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지금 이 상황은 결코 윤미향 의원과 그 가족들의 탓도, 잘못도 아니다. 잘못된 것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이 세상과 이 세상의 기득권자들이다. 윤의원이 이런 끝없는 시달림을 당하는 반면에, 장모와 부인이 수많은 비리와 투기에 연루된 윤석열은 대선 후보가 돼서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고, 언론들은 눈치보고 아부하기 바쁘다.
이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분노, 울분과 함께 이런 엄청난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평등법 발의에 함께하는 등 억압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한 입법과 각종 연대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윤미향 의원의 놀라운 용기를 기억할 것이다. 부디 몸과 마음 너무 다치시지 않으시고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지옥같은 터널을 잘 벗어나시길, 가족 분들도 부디 잘 버티고 살아내주시길 바랄 뿐이다.
* 글 :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