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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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9.0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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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조엘 알렉산더 지음, 고병헌 옮김, 생각정원 펴냄
▲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제시카 조엘 알렉산더 지음, 고병헌 옮김, 생각정원 펴냄)

[뉴스피크]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그런데 지금 나는, 우리사회는 얼마나 행복할까?

2019년 4월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는 한국인들의 행복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04만 명을 대상으로 227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역대 최대 규모의 행복도 조사였다. 이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행복도조차도 양극화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도를 8점 이상으로 매긴 사람이 20% 정도인 반면, 불행의 기준이 되는 4점 미만도 23%나 됐다.

세계 각국의 행복도를 따질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유엔 세계행복보고서다. 유엔에서 발표한 ‘2019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95점으로 전체 156개국 가운데 54위다. 지난해 57위보다는 3계단 올랐지만 최근 5년간 줄곧 50위권을 맴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한편, 무려 40년간이나 행복도 순위에서 단 한 번도 3위 바깥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는 나라가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덴마크다. 덴마크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어떤 요소들이 덴마크 사람들에게 꾸준한 행복감을 선사하는 것일까?

이 책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의 저자는 미국에서 성장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저널리스트가 된 제시카 조엘 알렉산더이다. 그녀는 덴마크인과 결혼해 14년간 덴마크에서 아이를 키우며 경험한 ‘행복’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무엇보다 저자가 아이 둘을 덴마크에서 직접 키우며 선생님과 다른 학부모들과 소통하고, 각 학년마다 참관수업까지 진행하면서 얻어낸 통찰이라 매우 깊이 있다.

저자는 덴마크 행복지수의 비결은 다름 아닌 ‘학교’에 있다고 단언한다. 또한 덴마크인들이 경험하는 행복은 감각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라고, 그녀의 체험기를 통해 증명한다. 그렇다면 덴마크에서는 행복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배우는 것일까?

덴마크의 새 학기 풍경이 특이하다. 덴마크는 매년 첫 학기에 학생의 행복 점수를 기록하고, 1년간 행복점수를 높이기 위해 아이와 부모, 담임선생님이 만나 면담한다. 행복을 고민하느라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겠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아이들의 ‘기분이 좋아야 공부도 잘 된다’고 믿는다. 성적이 아니라 행복이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학교에서는 성적을 매기는 대신 신뢰와 공감을 가르치다. 실패에 씩씩하고, 친구를 괴롭히는 일들에 방관자가 되지 않는 삶을 토론으로 깨우친다. 교실에서 함께하는 친구들이 적이 아니라 나를 이해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들 때, 학교는 어떤 곳이 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삶의 중요한 주제를 가르치면 어떻게 될까? 실패할 용기를 갖고, 친구를 괴롭히는 모습에 비겁하게 눈감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이 아이들은 자라서 어떻게 될까?

덴마크에서 말하는 행복은 자기만족이나 충족감과는 다르다. 덴마크인들에게 행복은 자기 혼자만의 것일 수 없다. 친구가 불행하고, 이웃이 슬픔으로 비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덴마크인들의 행복은 이웃과 함께해야 만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사회가 안정되었을 때, 그제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덴마크인들에게 행복은 개인의 지향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문제다. 나 홀로 행복할 수 없으며 항상 공동체의 행복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덴마크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삶의 태도일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우리의 행복을 만들기 위해 덴마크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유심히 지켜본다. 저자의 시선을 붙든 것은, 신뢰와 공감을 가르치는 교사와 그것을 배우기 위해 토론하는 아이들이었다.

신뢰는 덴마크 학교에서 가르치는 첫 번째 덕목이다. 이들은 말로 ‘타인을 신뢰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독특하게도 덴마크 사람들은 신뢰를 몸에서 비롯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덴마크 학교에서는 10분 정도 모든 학급에서 ‘접촉수업’을 진행한다. 선생님이 보여주는 영상에 맞춰 친구들의 어깨를 토닥이고, 등을 쓸어준다. 장난을 친다고 폭력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없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친구가 접촉수업에서 자신을 때릴지도 모른다는 긴장감도 교실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매일 덴마크 전역에서 진행되는 접촉수업은 덴마크 교실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다. 덴마크에서 행동 장애가 있는 아동들을 위해 접촉수업을 실시한 결과, 공격성이 줄어들고 사회적응력도 매우 좋아졌다고 한다.

이 책은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직접 실행해볼 수 있는 행복 증진법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이 책은 한국 최고의 덴마크 교육 전문가이자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들이 가야 할 길을 고민해온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고병헌 교수가 번역해 한국에서 어떻게 응용해볼 수 있을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덴마크인이 가르치고 배우는 행복을 담은 이 책은 적자생존의 논리가 팽배한 경쟁적 한국사회에 참 행복으로 가는 길을 잔잔함 감동으로 소개한다. 아이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도 함께 행복한 사회를 위한 좋은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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