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25년 저항의 기록 -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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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25년 저항의 기록 -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9.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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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저항의 기록 -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한내).

[뉴스피크]  ‘창조주 위에 건물주’라는 건물주들의 갑질을 한탄하는 얘기가 있다. 2년 전인가 한 방송사가 고등학생들의 장례희망을 조사했는데, 2위가 ‘건물주와 임대업자’였다. ‘부동산 불패’를 들먹이는 돈 있는 자들이 여론과 사회를 지배하는 현실의 한 단면이다. 지금도 이 땅 곳곳엔 아파트와 빌딩이 세워지고 있다. 그 화려한 건물들은 건설노동자가 없이는 결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건설노동자. 흔히 사람들은 그들을 ‘노가다’라 부르며 깎아내리곤 했다. 노동운동 관련 서적을 펴내는 ‘한내’가 펴낸 <25년 저항의 기록 -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글쓴이 황하일)은 바로 건설노동자들의 역사다.

1993년 9월, 경기도 안산지역 건설노동자들이 ‘인간선언’을 하고 ‘안산지역건설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군사독재정권 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섰다는 한국사회였지만 건설노동자들에게 ‘노조 활동’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었다. 엄청난 희생과 헌신을 감내해야 하는 ‘생존’ 과정이었다. 구속, 수배는 다반사였고, 때로는 죽음으로 국가와 자본에 맞서야 했다.

IMF 실업 사태를 극복하며 노동조합의 기틀을 마련하고 전국 최초로 원청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그들은 안산을 넘어 ‘경기서부지역건설노동조합’을 건설했다. 전국 최초로 ‘일요휴무투쟁’을 승리로 일궈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는 권오복 동지를 비롯한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때로는 항거하며, 때로는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언제나 그렇듯 자본의 편이었던 정권은 건설노동자들의 조직적 결집을 막아내고자 전방위적인 ‘공안탄압’을 자행했다. 자본 역시 현장에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탄압을 가했다. 그러나 그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공안탄압 분쇄투쟁을 이어가는 한편 현장과 직종 조직화를 통해 노조체계의 안정화를 도모했으며, 다른 지역이나 다른 업종 노동자들의 투쟁에 주저함이 없이 연대했다.

전국의 건설노동자들이 투쟁의 성과를 모아 단일조직을 건설하는 데 발맞춰 경기중부와 경기서부지역 건설노동자들 역시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로 통합, 새롭게 출발했다.

현장의 탄압과 고용불안으로 조합원들은 지쳐가고 조직은 급격하게 침체했으나, 노동조합은 끈질긴 투쟁으로 바닥을 다지며 조직을 복원해낸다. 건설노조 사상 최초의 중앙임단협을 체결해 냈다. 안산건설기능학교를 운영하고 교육과 현장학습 등을 꾸준히 펼쳐냄으로써 조직은 이제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체계도 정비됐다.

그럼에도 건설 현장에는 여전히 위험과 불법, 탄압이 도사리고 있다. 경기중서부건설지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건설노동자들의 안전한 노동과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장 김태범은 발간사에 “바다가 어부의고향이고 논밭이 농부의 고향이듯 건설 현장은 건설노동자들의 고향이다. 여기 기록한 우리들의 25년은 그 고향이고 터전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의 역사다. 이 역사의 기록을 후배들에게 남기고자 한다”고 썼다.

건설노동자들이 인간다운 권리를 찾기 위해 개척해 온 전쟁과 같은 ‘저항’의 역사는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시민들도 함께 알아야 할 소중한 기록이다.

한편, 저자 황하일은 한때 건설노동자였으며, 철도노동자로서 전국철도노동조합에서 지부장, 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노동자역사 한내’ 연구원으로, 노동조합의 역사와 관련한 연구·집필활동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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