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가혹행위로 군의문사 김용권 사건 ‘국가적 타살’ 진실규명
보안부대의 프락치 강요 및 지속적 구타 등 가혹행위, 사건 축소 은폐 확인‥ 국가(국방부)에 사과와 화해 조치 권고
[뉴스피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때 군의문사한 김용권 씨(서울대 경영학과 83학번)의 사망이 국군보안사령부 보안부대의 프락치(밀정) 활동 강요와 지속적인 구타 등 가혹행위에 의한 국가적 타살에 해당한다는 국가기관의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아래 진실화해위원회)가 9월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제87차 위원회에서 ‘김용권 군의문사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진실규명으로 결정했다.
신청인(사망자 모친)은 김용권 씨가 서울대학교 재학 중, 카투사에 자원입대로 복무하다 1987년 2월 20일 자대 내무반에서 목을 매어 변사체로 발견된 죽음에 대해 보안부대의 프락치(밀정) 활동 강요와 구타 등 가혹행위에 대한 공작 실체와 죽음의 진상에 대한 진실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신청했다.
군 의문사 사건은 보안사령부 주관하에 강제징집 및 정상 입대한 병사 중에 학생운동 전력자들을 대상으로 1982년 9월부터 ‘좌경오염방지’라는 ‘녹화사업’ 명목하에 사상개조 및 학생운동에 대한 프락치 활동 강요 공작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으로 직·간접적으로 6명[①정성희(연세대/‘82.7.23. 사망), ②이윤성(성균관대/‘83.4.30. 사망), ③김두황(고려대/‘83.6.18. 사망), ④한영현(한양대/‘83.7.2. 사망), ⑤최온순(동국대/‘83.8.14. 사망), ⑥한희철(서울대/‘83.12.11. 사망)]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기관에서 확보한 사건 관련 기록물, 신청인 진술, 기존 조사기관의 조사내용, 당시 보안부대 관계자들의 진술과 추가 확보한 보안사령부 자료, 가해자로 지목된 보안부대 상사 추 모 씨의 진술서 등을 확보해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 결과, 추 씨 등은 보안사령부의 ’학생운동 수배자 검거 지시‘와 보안부대장의 ’데모학생 첩보 제출’ 훈시를 듣고 김용권 씨를 호출해 불법감금 후 프락치 활동 강요와 구타 등 가혹행위로 경위서 14매를 제출받고 경위서에 기재된 명단을 학생운동권 지명수배자 명단과 대조한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김용권 씨의 사망은 보안부대의 프락치 활동 강요와 지속적인 구타 등 가혹행위로 인해, 학생운동에 적극적이었던 김 씨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신체적 고통을 주었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내몰린 대상자로 하여금 죽음을 선택하게 만든 국가적 타살로 판단된다.
특히 보안사령부는 6군단 헌병대의 ‘추○○ 상사 호출 및 고문’이라는 예하 보안부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통보받는 등 가혹행위로 정신적, 신체적 충격과 고통을 크게 받은 것이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보안부대 연행 조사 사실과 가혹행위가 없는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 사실을 왜곡해 비관 자살로 사건을 축소 은폐했음이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국방부)에 대해 ’병역의 의무‘를 악용해 중대한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해 김 씨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불법적인 선도 업무 공작에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유가족들이 겪었던 정신적, 물질적인 피해에 대해 배상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앞으로 병역의무 이행과정에서 정권유지 등을 사유로 부당한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