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원 최후진술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과 약속 지키고 싶다”

서울서부지법, 윤미향 의원·정의기억연대 공판 마무리...오는 2월 10일 선고

2023-01-07     이민우 기자
▲ 평화의 소녀상(수원시청 앞 수원올림픽공원 소재). ⓒ 뉴스피크

[뉴스피크] “저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제 생이 다하는 그 날까지 할머니들과 했던 약속을 실행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도록 따스한 정의가 이 곳 법정을 통해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윤미향 국회의원(무소속)은 최후진술을 통해 “저와 제 동료들이 다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며 평화의 날갯짓을 힘껏 펼칠 수 있도록 지혜로운 판결을 바란다”며 위와 같이 밝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문병찬)는 지난 6일 윤미향 의원과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마지막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윤미향 의원과 함께 기소된 김 모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관장이 최후진술을 했다.

윤미향 의원은 담담하게 최후진술서를 읽어내렸다. 하진만 지난 2년여 동안의 재판과정의 소회를 읽어내려가던 윤미향 의원은 ‘죽음’이라는 단어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방청석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렸다.

윤미향 의원 “서툴고 부족했으나 사익 추구 의도로 일하지 않았다”

먼저 윤미향 의원은 “지난 30년 동안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으며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만들어 온 따스한 정의가 이 곳 법정에서 회복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 마지막 호소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공판에서 윤미향 의원은 검찰 측의 정대협·정의연이 사익 집단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개인의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의도”로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윤 의원은 4~5명에 불과한 정대협 사무처 활동가들이 △내부 회의 준비, △매주 수요시위 진행, △전국 피해자 방문 및 복지활동, △박물관 건립·운영, △평화의 소녀상 건립, △국제활동 등 수많은 활동을 해왔음을 상기시키며, “그 과정에서 행정과 회계상의 미숙함 등 부족함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서툴고 부족했지만,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익을 추구할 의도로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미향 의원은 “저와 제 동료들이 다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며 평화의 날갯짓을 힘껏 펼칠 수 있도록 지혜로운 판결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함께 기소된 김 모 관장도 최후진술을 통해 “중간관리자로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결정된 사업이 잘 수행될 수 있도록 활동가들과 조력자들과 함께 이끌어가면서 진행해 나갔다”며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진행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정대협과 박물관은 국가 보조금과 관련한 각각의 사업들을 수행하는 데 있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단 ‘윤미향 악마화, 할머니 활동 껍데기라 폄훼’한 검찰 기소 질타

변호인단도 검찰의 주장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문했다. 검찰은 이날 윤미향 의원에게 징역 5년, 김 모 관장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윤미향 의원 등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을 했다는 게 검찰측 주장이다.

이에 변호인단은 “공소장과 재판과정, 검찰의 논거를 보면서 검찰은 큰 전제를 하는 것 같다”며 “정대협 등은 외향적으로 공적 시민단체지만 전횡이 가능한 단체이고 피고인은 단체 활동을 핑계 삼아 사적 이익 취한 것일 뿐”이냐고 검찰의 논리를 꼬집었다.

이어 “심지어 대표가 아닐 시 본인 관여 안 한 내용도 윤미향 책임이라고 한다”고 검찰측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왜 이렇게 생각할지 의문이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10년간 1억여 원을 횡령했다는데, 피고는 최소의 급여를 받으면서 활동했다. 급여 인상도 사양했다. 개인적으로 수익이 생기면 거의 대부분 기부했다. 공적으로 확인된 기부금이 횡령했다고 기소한 금액을 넘었다. 검찰 공소 취지대로라면 급여를 올리거나 합법적으로도 경제적 이득 취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은 별개이고 이 부분이 납득이 안 된다고 횡령이라니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또한 변호인단은 “길원옥 할머니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 활동가이다. 활동과정에서 많이 기부했다. 대표적으로 길원옥여성평화상”이라며 “이 상은 정대협 재정에 직접적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정대협이 일을 더 해야 해서 간접비용이 부담된다. 피고인의 경제적 이득과 아주 무관하다. 그런데 오로지 할머니의 존재와 활동을 기리는 상을 제정하기 위하여 공개적으로 불법행위가 가능하다?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관련하여 뒷돈이 오가거나 하는 비리를 발견하지도 못했고, 매도인에 대해서도 배임의 공범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매입결정 과정에서 기부자가 문제제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무런 관계도 없는 매도인에게 3억 이상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주기 위해 계약을 강행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사조직으로 정대협, 정의연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모욕적”이라며 “이 사건을 이해해야 한다면, 윤미향의 행위라서 문제가 되는지 의심이다. 피고인을 악마화하지 않고 할머니의 활동을 껍데기라고 폄훼하지 않는다면 공소 자체가 문제”라고 일갈했다.

윤미향 의원 “고통의 시간 멈추기 위해 죽음을 고민했다”...방청객 흐느껴

▲ 세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챌린지를 진행한 윤미향 국회의원(무소속). ⓒ 뉴스피크

이날 최후진술에서 윤미향 의원은 지난 2020년 5월 이후 현재까지 겪은 심정을 밝혔다. “죽음을 고민했다”는 대목에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방청객들은 흐느꼈다.

윤 의원은 “두 눈 뜨고 지켜보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지난 2년 반의 시간이었다”며 “피해자들과 활동가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겪고 있는 이러한 고통의 시간들을 멈추기 위해 저는 죽음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복동 할머니 죽음 앞에서 ‘희망이 되겠다’ 했던 약속, 강덕경 할머니의 마지막 병상에서 ‘할머니 가셔도 할머니 몫까지 다하겠으니 믿어달라’ 했던 약속, 황금주 할머니께 ‘할머니 떠나셔도 일본정부의 사죄, 꼭 받아 내겠다’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고, 이를 위해 재판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임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극심한 고초를 겪은” 가족들을 이야기하며 “2020년 5월 7일, 그 날로부터 지난 2년 반 동안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은 삶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다”고 토로했다.

김 관장도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가는 것을 느끼며 살아낸 시간이었다. 삶의 기반이었던 활동의 자리도 잃어버리고 몸과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으며 함께한 동료들을 잃어버려야 했다”며 “모든 것이 무너진 채 깊은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홀로 기나긴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스스로에게 너는 불성실했니, 이기적이었니, 욕심을 부렸니, 자만했니, 상처를 주었니 그래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니 라고 반문하고 반문해 보는 시간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책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할 때 방청석은 숙연해졌다.

윤미향 의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 훼손당하지 않도록 도와달라”

특히 윤미향 의원과 김 관장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지금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은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제 피해자들은 몇 분 남아있지 않다”며 “한국의 경우 240분 신고하신 피해자 중 지난 주 한 분 돌아가셔서 현재 10분만 생존해 계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미향 의원은 “피해자들이 약해진 틈을 타 일본정부는 가해자의 범죄인정도, 사죄도, 배상도 없이 한국정부가 소녀상 철거,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에서 비난 중지, 이면합의로 성노예 용어 사용금지 등을 약속했던 2015‘위안부’문제 한일합의로 모든 것이 최종적으로 끝났다면서 한국정부에게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고, 세계 각지에 세워진 소녀상 철거를 위해 외교력을 펴고 있다”고 일본정부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미향 의원은 “할머니들께서 걸어오신 인권운동가의 삶이, 세계로부터 영웅으로, 희망으로 평가받던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의 활동이 자의식 없이 비주체적으로 활동가에게 끌려다닌 운동으로 폄훼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훼손당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재판부에 부탁했다.

김 관장도 “더 이상 꺾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무너지고 싶지 않다. 불명예스럽게 마감하고 싶지 않다”며 “이 길을 가고자 하는 미래세대들을 주저하게 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역사부정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고도 듣고도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 관련 공판은 이날 마무리됐다. 선고일은 오는 2월 10일 오후 2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