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원 18차 재판, ‘안성 힐링센터’ 활용·매입 “의혹 소명”
“안성 위안부 힐링센터, 거주와 구분된 치유와 자유로운 활용 공간... 적정 가격 매입” 정대협, 지정 기부한 현대중공업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장소 마련한 것으로 밝혀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과거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기부 받아 마련한 안성 힐링센터가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거주지인 쉼터와 별개로 치유 프로그램과 사회적 관계 형성 등을 위한 자유로운 활동 공간으로 세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안성 힐링센터’ 매입 당시 거래 가격에 대해서는 건축에 들어간 자재 등을 봤을 때 적정 가격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문병찬)는 지난 23일 윤미향 국회의원 등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18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안성 힐링센터가 주로 다뤄졌다.
검찰은 정대협이 현대중공업의 기부금 10억 원을 받아 일본군성노예제 생존자들의 거주 목적으로 안성 힐링센터를 구입했지만 실제 거주하지 않았고, 7억 5천만 원이라는 고가에 매입했다며 윤미향 의원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하지만 이날 재판을 통해 정작 힐링센터는 개소 당시부터 거주 목적이 아닌 치유프로그램과 활동가들과의 교류 등이 주요 목적이었으며, 이에 따라 부동산 매입 등 일련의 절차는 기부금을 집행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및 지정기부자인 현대중공업과 지속적인 논의 끝에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대협 신청서ㆍ현대중공업 보도자료 “치유프로그램 목적”
안성 힐링센터는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10억 원을 정대협에 지정기부하면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을 위한 건물을 매입하도록 하면서 마련됐다. 하지만 2020년 5월 정의연 관련 논란이 불거지던 당시 여러 언론은 마포 쉼터인 ‘우리집’에 피해자들이 거주하고 있는데도 안성에 또 다른 값비싼 건물을 사들였다는 식으로 보도했고, 검찰은 이와 함께 훗날 보다 싼 가격에 해당 건물을 매각한 점을 들어 업무상 배임이라고 기소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 공개된 2012년 정대협 공문에 따르면, 정대협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제출한 지정기탁사업 배분신청서에는 주거가 아닌 치유프로그램 등을 위한 자유로운 활동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 명시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서에는 거주와 쉼터의 분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첫째, 명성교회에서 제공하는 집은 현재 쉼터 ‘우리집’에 완전 거주하고 있는 세 분 할머니를 위한 집, ‘우리집’으로 한다”, “둘째, ‘평화의 집’은 더 많은 지역의 피해자들이 쉼터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고, 활동가들과 친교를 나누기도 하며, 쉼터를 찾는 사람들과 새로운 가족관계를 만들기도 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추진한다”고 기재돼있다.
안성 힐링센터가 주거용 목적이라는 검찰의 주장과 달리 실제 신청서에 명시된 목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에 당시 담당자로서 증인으로 나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 A씨는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단순 거주목적이 아니라 거주와 분리한 것 아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그게 힐링센터”라고 증언했다.
당시 10억 원을 지정 기부한 현대중공업도 보도자료에서 안성 힐링센터를 두고 “할머니들의 치유를 위한 쉼터와 교육공간, 특히 미래세대를 위하여 역사공간 및 세계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교육공간”이라고 밝혔고, 이러한 비전 설정과 건물 매입 등의 상황을 현대중공업과 지속 적으로 논의한 이메일 증거도 변호인을 통해 제출됐다.
한편 A씨와 검찰은 정대협이 중간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2015년 9월 9일 결과보고 지연을 통보했다면서 정대협 측을 문제 삼았지만, 정대협은 이미 2014년 7월 24일, 2015년 6월 30일에 중간결과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자료를 본 A씨는 갑자기 검사를 찾으며 “이거 검사님 모르시냐”면서 “기관에서 보낸 것을 모금회가 접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기관 내부에서 보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잘 모르겠다”고 당황해했다.
A씨는 당시 안성 힐링센터 건물 매입이 늦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서울 외곽 지역”을 권고하기도 했고, 안성 힐린센터는 “최적화된 물건 확인과정”을 거쳐 “접근성이 좋고 공간이 넓으며 친환경적으로 적합”해 “실무자로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대협의 수차례 답사) 자료를 보고 고생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성 힐링센터 7억 5천만 원은 적정한 가격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안성 힐링센터를 짓고 정대협측에 매도한 B씨도 증인으로 나왔다.
B씨는 “나는 정원주택을 짓는 사람이다. 그 곳이 멋있는 집이 될 것 같았다. 은퇴를 하면 노후에 여기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었다. 주택을 지어서 팔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면서 자신이 살 집을 위해 7억 7천여 만 원 이상을 들여 최고급으로 지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3년 당시 정대협이 현대중공업의 10억 원 지정기부금으로 매입할 힐링센터를 물색 중이라는 소식을 지인으로부터 접한 뒤, “(막상 짓고 나서) 관리하는데 지쳐있었다. 그때 위안부 할머니들 뉴스가 많이 나왔다. 회사 차원에서 홍보도 많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매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매도 당시 그는 (잘 지은 집이라) 9억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대협 측이 가격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고,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건축 자재비 정도인 7억 5천 만 원으로 매매대금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거듭 7억 5천 만 원 중 일부를 윤미향 국회의원, 정대협 측에 후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B씨는 “정대협 관계자들과 일면식도 없다. 집을 처음 보러 온 날 처음 만났다”며 “검찰이 저와 가족의 모든 계좌를 확인했다. 아무런 것도 안 나왔다.”며 자신이 하루아침에 왜 피의자 신분이 됐었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날 재판에서는 안성 힐링센터를 두고 불법 숙박업을 했다며 검찰이 기소한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도 다뤄졌는데, 증인으로 나선 C씨는 본인이 속한 단체들이 워크숍 장소로 힐링센터를 몇 차례 빌렸던 사실을 진술했다.
C씨는 “일반적인 업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대협 관련된 소속이라든가 연관 단체들한테 빌려드린다는 걸로 알고 있었다”며 “단체들이 방해받지 안고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공간이지 펜션은 아니라며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윤미향 국회의원 등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19차 공판은 오는 10월 7일에 열린다. [뉴스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