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판사 “6.15남측위원회는 이적단체다”
[칼럼] 문영희(6.15경기본부 홍보위원)
법원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를 ‘이적단체’로 본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4월 20일자 인터넷 매체 ‘민중의소리’ 보도를 보면, 부산고등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최병철)가 지난 19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도한영(39) 사무처장과 장영심(45)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여러 단체의 연합이라 하지만, 이들이(한총련, 범민련)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므로 이적단체인 범민련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판시했다는 것이다.
법원의 이날 판결문이 말하는 것은 앞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았던 한총련, 범민련 등과 6.15남측위원회가 사실상 같은 성격이라는 의미이다. 6.15남측위원회는 지난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남측 김대중 대통령과 북측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발표한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목적으로 조계종을 비롯한 각 종교계와 민화협,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교총 등 100여 개가 넘는 단체로 이루어진 국내 최대 민간통일단체다.
‘민변’의 이광철 변호사는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인 판결문을 받아봐야 하겠지만 이날 판결 내용만 보면 우려스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6.15남측위를 이적단체로 기소한 것도 아니고, (6.15남측위를 이적단체로 보는) 선행 판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단체를 그렇게 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향후 공안당국에 의해 활용될 소지가 크다”라고 우려했다.
6.15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정책위원장 겸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김광수 사무처장은 ‘법원이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갈수록 보수적 판결’을 내리고 있는 측면을 지적했다. 김 처장은 “6.15남측위와 부산본부 내에는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100여 개가 넘는 단체가 모여 있다”며 “공동선언의 실현은 물론 평화와 화해협력을 추구하기 위한 자발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에 대한 이런 판결은 모두를 부정하고 이적단체 활동으로 본다는 의미”라고 걱정했다.
최은하 6.15남측위원회 사무처장은 “6.15남측위는 남측의 정당 및 단체들의 연합체이며 주요활동 목표는 6.15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실현에 있다”며 “지난 남북 최고위급이 합의한 선언을 중심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를 이적시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라고 말하고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논의를 거쳐 공식입장을 내겠다”라고 밝혔다.
6.15부산본부 전·현직 간부 법정 구속 사태는 국정원 부산지부와 부산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지난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6·15북측위원회와의 실무접촉을 문제 삼아 지령수수 혐의 등으로 도 처장과 장 집행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조사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1년 뒤인 2011년 9월 부산지검 공안부(최태원 부장검사)는 간첩혐의를 빼고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지난 2월 14일 부산지법 형사9단독(김태규 판사)이 각각 징역 8월, 자격정지 8월을 선고하면서 두 사람은 결국 구속됐다.
‘민중의소리’ 기사를 읽고 나니 통일운동의 앞날이 걱정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체제이다. 솥의 다리가 세 개여야 안정되듯 민주주의란 행정, 입법, 사법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사법부가 행정부 시녀로 의심 살만한 판결을 자주 내리고 있다. 상당수 판사들은 통일운동 사건에 대하여 반통일적 인식을 가진 것 같다. 판사가 기소장 내용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사법부에게는 통일운동을 탐탁하게 보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월권 및 위법을 견제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제구실을 못한다면 결국 국민이 세계적 악법인 국가보안법 폐기와 함께 사법부 개혁운동에 나서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기본부(대표 윤기석 목사)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