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지키자는데 웬 ‘빨갱이타령’?
[칼럼]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뉴스피크] 지난번 칼럼에서 ‘모든 전쟁연습 중단하고 평화협상에 나서야!’라는 제목으로 평화를 호소했습니다. 격주로 칼럼을 싣는데, 마침 지난번 8월 21일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훈련이 시작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화성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함께 1인시위도 했습니다. ‘대북전쟁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협상 결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향남 홈플러스 앞에 섰습니다.
몇몇 언론에서 이를 기사로 다뤄주셨고,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제가 가입한 SNS소통방들에 기사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SNS소통방을 관리하는 분에게 쪽지가 날아왔습니다. ‘댓글이 너무 안좋게 달려서 글을 삭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공유한 기사는 이미 삭제되었길래 대체 무슨 댓글이냐고 물으니, ‘종북, 빨갱이’ 운운하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또 다른 소통방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 기사는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그런 기사’는 어떤 기사일까요?
평화를 호소하며 ‘평화협상을 결단하라’는데 왜 난데없이 ‘빨갱이, 종북’ 소리를 들어야 합니까? 거꾸로 ‘당장 전쟁하자’고 나서면, 빨갱이가 아니라고 어디서 인증이라도 해준답니까?
어제 9월 3일, 북한에서 6차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당장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주변국들 모두가 난리도 아닙니다.
이 난리의 한복판에서 저는, 바로 위 질문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곰곰이 성찰하고 함께 답을 내놔야 이 난국을 헤쳐나갈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긴급하게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최고 수준의 응징방안을 마련하라’고 날선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미 지난 달에 ‘화염’과 ‘분노’를 거론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난데없이 한술 더 떠 문재인 정부까지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외교적 논란까지 야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 군은 일출과 더불어 북한의 핵실험장을 가상목표로 한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경고 차원의 무력 응징시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육군의 지대지탄도미사일, 공군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목표 지점에 정확히 명중했다는 친절한 설명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이제 안심이 좀 되십니까?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단호하게 ‘제재와 응징’을 천명하고, 미사일 발사훈련도 실시하고, 핵무기를 다루는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까지 전개하는 ‘군사적 행동’을 곧 시행하겠다고 하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좀 진정되십니까?
여기에 ‘전쟁도 불사하자, 우리도 당장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핵무기도 개발하자’고 곳곳에서 목청이라도 좀 높이고 나면, 이제사 발 좀 뻗고 주무실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안타까운 말씀이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바로 작금 사태의 본질입니다.
얼핏 매우 심각하고 복잡하게 보이는 이번 사태의 해법은, 의외로 굉장히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장 ‘평화협상 논의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모든 행위를 남북미 모두 즉각 중단하고, 평화 논의의 장에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평화를 지키자’는 데 뜬금없이 ‘빨갱이타령’이 웬 말입니까?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입에 거품을 물고 ‘전쟁불사’를 외치며 위험천만한 선동을 일삼는 자들이야말로 거꾸로 우리 민족 모두의 ‘주적’이 아닙니까?
촛불혁명 후에도 여전한 이 낡은 망령을 시급히 떨쳐버려야, 새로운 대한민국은 가능합니다.
글 :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