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검찰 수사 과정에서부터 시작하여 1심 재판과정, 항소심 재판과정, 그리고 상고에 이르기까지 지난 4년 여 동안 검찰이 기소한 8개 항에 대해 무죄를 다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대협의 활동은 검찰이 주장하듯이 ‘윤미향 개인’의 사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헌신해 온 피해자들과 유가족들, 수많은 선후배 활동가들이 검찰의 수사와 기소 과정을 통해 입었을 상처를 재판 과정과 무죄판결을 통해 회복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1심 판결을 통해 상당 부분 ‘악마’로 낙인찍혔던 제 삶이 다소 회복받았다고 여겼습니다. 비록 항소심에서 1심 판결보다 더 무거운 판결이 있었지만 상고를 통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대법원은 2심의 판결을 문제없다고 상고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늘 대법원 판결로 사법적 판단은 끝났지만 유무죄 판결과 관계없이 이 사건에 있어서 허물이 있다면 제 개인이 앞으로 안고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난 30년 동안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해 온 분들이 저로 인해 입었을 상처와 아픔들을 치유하지 못한 오늘의 결과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지금도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서 계속되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공격, 인권과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들, 활동가들에 대한 공격을 보며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공격을 멈춰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오늘 대법원이 2심의 유죄판결에 대해 확정한 항목에 대해서만 간략히 소명하고자 합니다.
첫째, ‘보조금 사기’ 유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정대협.정의연은 여가부의 피해자 치료사업 보조금사업을 수행할 자격이 충분했고, 사업을 신청하여 보조금 수행단체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가부에 의해 승인된 사업계획과 예산에 따라 사업담당자는 노동을 제공했고, ‘인건비’도 담당자에게 그대로 지급되었습니다. 이후 담당 활동가가 정대협에 다시 전액을 혹은 일부를 기부한 행위를 두고, 대표와 실무책임자가 공모하여 벌인 보조금 사기로 판결한 2심의 판결을 문제없다고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은 부당합니다.
두 번째, 대법원은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을 계좌로 받은 것을 기부금품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2심 판결에 대해 문제없다 결정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유언공증을 통해 사후 장례식 절차 등을 위임받은 정의연 대표로서 본인은 상주가 되었고, 장례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상주인 윤미향 이름의 조의금 계좌가 안내되었습니다. 모든 장례 절차와 장례비 집행, 이후 조의금 잔액 처리 등은 윤미향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장례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장례를 치루고 남은 조의금을 김복동의 유지에 따라 시민단체에 후원하고, 장학금으로 지원한 것을 ‘유족을 돕는 목적’의 조의금이 아니라 특정 목적의 기부금모집에 해당된다고 하고, 기부품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은 명백히 부당합니다.
세 번째, 업무상 횡령에 대하여 1심의 판결을 뒤집을 증거를 2심에서 검찰은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피고측이었던 본인은 1심에서 보완하지 못했던 증빙서류를 제출하며 10년 동안의 기록을 세세하게 조사하여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증인 진술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재판에 임해왔습니다. 그런데, 2심 재판은 새로운 증거 없이 1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항소심에서 검찰의 주장만으로 손영미 쉼터 소장의 개인 계좌를 정대협 계좌로 판단하고, 손영미 소장과 본인과의 개인 거래를 횡령금액으로 판결하였습니다.
또한 2020년부터 과거 10년 동안 활동가들이 각자가 맡은 일을 하면서, 담당자들이 선 지출후, 영수증을 회계담당자에게 제출하고, 이후 담당자가 보전하는 방식의 회계지출에 있어서, 다른 활동가들에게 후보전한 것은 문제삼지 않고, 윤미향에게만 후 보전된 금액들을 횡령으로 판결한 2심의 판결을 그대로 문제없다고 결정한 대법원 판결은 부당합니다.
대법원 결정으로 인해 지난 4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죄’의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했지만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와 제 동료는 무죄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정대협의 4-5 명의 활동가들은 정대협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표부터 사무처장, 상근활동가들이 1인 몇 역을 감당하면서 활동을 했고, 그 과정에서 사익을 추구하거나, 그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공모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일본정부에게 피해자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에 피해자들이 바라는 사죄와 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까,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평화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 그 일을 위해 공모했을 뿐이었습니다.
비록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내지 못했지만, 저는 담대하고 당당하게 피해자들의 죽음 앞에서 드렸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나갈 것입니다. 오늘의 결과로 여전히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제 소명을 감당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2024년 11월 14일. 윤미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