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삼국지를 읽는 법의 으뜸되는 가르침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촉한정통론(蜀漢正統論)이 그것이다. 위나라가 정통이 아니라 촉한의 소열제, 즉 유비가 정통이라는 것이다. 정통이란 무엇인가? 정권을 올바로 승계했는가 아니면 나라를 찬탈한 역적인가를 논하는 것이다.
삼국지의 평자였던 모종강은 그의 독법에서 정통성을 위나라에 부여한 <<자치통감(資治通鑑)>>이 잘못이고 정통성을 촉나라에 부여한 <<통감강목(通鑑綱目)>>이 올바르다고 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가지 사관(史觀) 역시 모두 송대에 등장한 것으로 북송의 사마광과 남송의 주희가 바로 그들이다.
그러고 보니 한나라도 셋이 있었으니 굳이 평하자면 한고조 유방이 일으킨 전한이 그 하나요, 왕망에게 잃은 빛을 되찾은 광무제 유수의 후한이 그 하나요, 그 유산을 마지막으로 이은 소열제 유비의 촉한이 그 하나이다. 이것이 독법이 내세우는 최고 가치인 촉한정통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 와서는 조조에 대한 복권 논의가 심심치 않게 논의되어 왔으니 현대 중국은 물론이고 가까이로는 일본의 작가 진순신 등도 그 좋은 예이다. 우리 주변의 작가 가운데는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단연 첫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 평역본이 우리 시대에 삼국지 문예를 부흥시킨 공로는 지극히 아름다우나 조조의 적지 않은 복권에 미련이 또한 있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삼국지로 기왕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다루게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삼국지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중 유별난 이들을 일러 삼국광(三國狂)이라고 하니 좌전벽(左傳癖)에 견주어 가히 삼국벽(三國癖)이라 할 만하다. 이들의 특징으로 말하자면 삼국지라는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일어나고 길을 가다가도 돌아보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번 <삼국지>가 어찌 그 같은 여광여취(如狂如醉)의 경지에 달할 것이며 어찌 독자들을 그 같이 매료시키기를 바랄 것인가? 다만 어린 아동들에게는 영웅의 포부를 키우는 벗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세상사의 시름을 더는데 도움이 된다면 또한 족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서두에 제(題)하여 <삼국지 독법의 이해>라고 하였다.
* 필자소개
송강호 : 삼국지 칼럼니스트, 번역비평가. 국내 삼국지 역본에 대한 제반 문제를 검토하고 번역비평의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평론으로 <삼국지를 찾아서>, <삼국지 번역비평의 오해와 진실>이 있으며, ‘난중일기로 보는 삼국지’ 등 다양한 주제로 삼국지 강의를 펼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