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가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은 성장 정책이 아니라 분배 정책이며, 일종의 변형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장은 혁신을 통한 가치 창출에서 나오는 것이며,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도전할 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기술이 발전되고, 경제 성장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기본소득은 '사이비 분배 정책'이므로 성장 정책이라는 주장은 궤변일 뿐"이라며, "기본소득은 ‘정책 화장술’이고, 이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라고 비꼬았다.
우선 최재형 후보에게 묻고 싶다. 이 글을 본인이 직접 썼는가? 아니면 캠프 내의 다른 누가 대신 써주었는가? 짐작컨대 직접 쓰지 않아 보여서 하는 말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이 되어보겠다고 헌법이 보장한 감사원장직을 내팽개치고 나온 분께서 설마 이런 진부하고 구닥다리 같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야 어찌 감히 대통령을 넘볼 수 있단 말인가.
그가 꺼낸 말들은 기본소득을 반대하기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아무런 알맹이도 없고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들을 가져다 나열한 조잡한 수준이다.
최후보의 기본소득 관련 언급이 왜 터무니없는 궤변인지 몇 가지만 언급하겠다.
첫째, 성장과 분배를 보는 기본 패러다임이 잘못되었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에서 성장과 분배는 '방향을 달리 해서 뛰는 두 마리의 토끼'에 비유되곤 했다. 적어도 20세기 산업사회 패러다임으로는 그러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인 21세기는 경제환경 자체가 그때와 매우 다르다. 더욱이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들이 창궐하는 미래사회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내수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소득재분배를 통한 안정된 소비 기반이 구축되지 않는 한 기업의 생산은 위축될 뿐만 아니라 투자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성장에 치명적인 결점이 된다.
따라서 성장과 분배는 하나를 위해서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분배의 불평등이 완화되지 않으면 성장이 있을 수 없다. 21세기에 분배와 성장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호흡하는 동반자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둘째, 기업의 투자가 성장을 이끈다는 프레임 자체가 잘못되었다. 최후보는 아직도 20세기 산업사회 패러다임에 매몰되어 있다. 그가 말하는 "기업의 투자가 성장을 이끈다"는 산업사회의 경제모형은 이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세상이다.
"기업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도전할 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기술이 발전되고, 경제 성장이 일어난다"는 경제학 교과서적인 이야기도 산업사회 때나 통했지 현실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낡고 진부한 논리다. 이는 단적으로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이 1천조 원을 넘는 것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셋째, 성장은 기업에게 맡겨야 한다는 식의 사고가 잘못되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경제성장은 더 이상 시장과 기업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정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궁극적으로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시대적 조류에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어야 하는가? 소득 이전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시장이 활성화되어 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며, 이것이 성장을 촉진하도록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기본소득의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일종의 건강보조식품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하고도 남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부연하자면 기본소득이 "성장정책이 아니라 분배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일종의 변형된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덩어리다. 억지 트집을 잡으려고 하다 보니 스스로 스텝이 꼬인 셈이다.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은 방향은 옳았다.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기업에게 고용을 촉진시켜 소득을 늘리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추진한 것이다.
기업은 고용을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기업의 존립이유는 이윤 창출에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고용이 늘어나면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이윤에 도움이 안 된다. 정부가 아무리 대대적인 재정 지원을 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라고 해도 기업은 가능하면 '노동절약적'인 생산방식을 선호하게 되어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올바른 방향 설정에도 불구하고 추진 주체를 기업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기본소득은 정부가 직접 전 국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원해줌으로써 소비 진작을 통한 생산유발효과를 거두려고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러므로 기본소득과 소득주도성장은 근본 취지가 전혀 다르다. 그것을 억지로 꿰맞춰 변형된 소주성정책이라고 공격하려고 하는 것은 생뚱맞기 짝이 없는 견강부회에 지나지 않는다.
최재형 후보에게 한 마디만 더 하겠다. 국민 대다수가 모르는 당신 이름 알리려고 노이즈 마케팅 하느라 낮술 마시고 다니는 윤석열 후보 못지 않게 바쁘겠지만 둘이 모여 짬짬이 벼락치기 경제학 과외라도 먼저 받았으면 좋겠다.
기본소득과 같이 미래지향적이고 가치 있는 정책을 산업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바라보며 비난하는 것은, 다원화된 경제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정관념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의 무식함만 드러내는 소치이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노욕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자리만 탐하려는 꼴이 추하고 딱해 보여서 하는 말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자리를 내어줄 만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렇게 허접한 지위는 결코 아니지 않는가.
기본소득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궤변'이라느니 ‘정책 화장술’이라고 떠들어대며 함부로 당치도 않은 말을 하는 것이야말로 터무니없는 궤변이자 '싸구려 화장술'에 불과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아주 못된 정치꾼의 행태이다.
기본소득을 '사이비 분배정책'으로 폄훼하려 드는 최재형이야말로 '사이비 대선 후보'에 다름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배신자 최 후보의 씁쓸한 최후를 머지 않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