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코스트의 중간에 캐논비치가 있다. 포틀랜드에서 차로 2시간이면 도착하는 곳이며, 거대한 현무암 바위가 유명한 곳이다.
오리건의 대표적인 해안 관광지이지만, 해안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갈한 마을이었다.
마침 스쿨버스가 한 대 정차를 하고, 옆으로 스톱 표지판이 튀어나온다. 앞에 오던 차와 내 차가 멈추고, 아이들이 한 둘 내리고 다시 버스가 출발을 한다. 참 한가로운 풍경이 이방인을 반긴다.
차를 주차하고, 마을 둘러본다.
지나는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은근한 안개가 여기가 물과 가까운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안개와 어울리는 세련된 가게 몇 군데가 마을을 더욱 인상깊게 만들어준다. 마치 세트장 같지만, 세트장의 황량함과는 다른 포근함과 정성이 느껴지는, 마치 하나의 잘 빚은 조각품과 같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만 여느 관광지와는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가 보는 이를 든든하게 해준다.
독특한 건물, 그리고 분위기를 찬찬히 둘러보면서 걷다보니 멋들어진 레스토랑이 보이고 그 건물들 사이로 바다로 가는 길이 보인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설명과 안내문이 붙은 차단막과 재미난 상징물이 나오고, 그 너머로 아득한 모래사장이 살풋 보인다.
해변으로 나서자 길게 뻗은 모래사장과 해안선이 주택가와 나란히 늘어서 있고, 그 중간에 마치 초소처럼 높은 바위가 솟아 있다. 캐논비치의 상징인 높이 72미터의 헤이스틱 락Haystack Rock 이다. 그런데 생각과 현실의 차이는 의외로 크다. 담담하게 다가오는 풍경은 상상과는 엇비슷하지만, 실제의 모습은 비현실적인 몽롱함을 그 자락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은 파랗고, 마치 누군가 뿌려놓은 듯한 하얀 포말은 바다와 모래의 경계를 나눠놓고 있다. 그 위로 잔잔한 안개는 사람과 바위를 휘감고 있으며, 모래는 바닷물을 머금고 투명하게 세상을 반사시키고 있다.
반짝이는 해변 위에는 여인과 청년은 즐겁게 장난치고 있고, 개들과 어린이는 그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으며, 바위와 바다와 모래가 얽힌 그 풍경을 정갈한 주택가가 내려다보고 있다. 참으로 묘하고, 편한 풍경이다.
이곳은 CNN에서 뽑은 10대 명승지 중의 하나이기도 하며, 매년 5월과 11월에는 예술축제가 열리고, 6월에는 오래 전부터 모래 성 쌓기 경진대회가 열린다. 자연은 그 자체로 좋지만,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체험과 놀이만큼 즐거운 추억이 없음을. 그때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또한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해변의 가치를 활용하는 축제는 마을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사람의 노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