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2012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가 열렸다.
한옥마을과 슬로우시티로 이름을 높인 ‘전주’가 우리 전통음식의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발효식품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엑스포를 개최한 것은 벌써 몇 년이 되었고, 도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그건 제법 어울려보였기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축제이기도 했다.
마침 가을이 한참 예쁠 시기였고, 전주 시내 곳곳은 발효식품엑스포에 발맞춰 비빔밥축제와 술축제를 함께 개최함으로써 건강과 향락의 향연으로 흥을 한껏 돋구고 있었다.
그 내용과 공과는 차근차근 짚어볼 터이고, 먼저 그 현장의 풍경을 몇 자락 소개하고자 한다.
흥겨움이 넘치던 풍물시장
일단 ‘엑스포’라는 이름이 걸리면 아무래도 격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무언가의 학술적인 분위기와 국제적인 교류의 부산물과 같은 엄숙함이 많지 않을까 우려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우리가 언젠가 본 적이 있는 풍물시장, 그 흥겨운 장마당이 규모를 키운 것과 같았다. 가족들은 이곳저곳 스스럼없이 돌아다니고, 이곳저곳의 진열대와 부스에는 음식이 넘치고 있었다. 비록 메인이 ‘발효’였기에 가장 많은 자리를 그것들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에만 구애받지 않은 장터와 같았다. 기대와는 달랐지만, 또 나름의 공과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때문에 아이와 할머니는 더욱 편하게 그곳을 즐길 수 있었다.
가장 열정적인 곳은 체험의 현장
장터에서 가장 열정적인 곳은 아무래도 팔려는 물건을 내놓은 좌판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날의 자리는 전국에서 이름 높은 발효식품들이 하나같이 몰려나온 곳들이 아닌가. 그러니 자신만의 자랑거리를 인정받기 위해 눈과 목과 손을 쉬지 못하는 게 실내와 실외의 다양한 판매대와 홍보대들이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물며 인기가 높은 곳은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체험장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요즘 아이들은 보기 힘든 떡메치기와 맷돌돌리기 그리고 유과만들기와 김치 만들기가 마치 풀코스처럼 마련되어 있었다. 비록 유료이기는 하지만, 15,000원이며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체험도 해보고, 거기서 만들어진 파전과 떡 그리고 김치로 간단한 요기까지 할 수 있으니 흐뭇한 부모와 신기한 아이들의 발걸음이 끝이질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제일 관심 있어 하는 쿠키 만들기 체험과 소금놀이방이자 체험 그리고 다양한 만들기 체험은 행사장 곧곧에 자리잡고서 가장 오래 사람들이 머무는, 가장 훈훈한 열기가 넘치는 곳이 되었다.
놀라운 한국의 발효식품
한국이 발효식품의 천국이라는 것은 한국음식에 별다른 호기심이 없는 사람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떤 발효식품이 있는지는 김치, 청국장 등 몇 가지 고유명사말고는 실지 아는 게 또한 적은 게 대부분의 한국사람이기도 하다.
이번 엑스포가 어떤 성과와 수준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 발효식품의 다양성과 발전을 알려주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돼지 뒷다리를 그대로 생햄으로 만든 지리산 생햄부터 효소로 만든 고추장과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춘 식초와 간장 등 하나의 발효식품이 지역과 환경에 따라, 그리고 사람의 노력에 따라 이처럼 다양하고 놀라운 식품으로 변할 수 있음을, 또한 변하고 있음을 그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해외기업관의 아쉬움
행사장의 제일 안쪽에는 해외기업관이 있었다.
산과 물이 다르니, 아무래도 독특한 식품이 소개되리라는 기대 때문에 자연스레 다른 곳보다 먼저 찾게 된 곳이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규모로 소개된 곳은 일본의 상품들이었다.
역시 싹싹한 일본인들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서툰 한국말로 자신의 상품을 열심히 소개해준다. 처음 니이가타의 사케만큼 유명하다는 아이즈의 사케가 있었지만, 시음도 없으니 좋다는 말만 듣고 지날 수밖에.
다음은 누룩과 효소로 만든, 그리고 새우로 만든 간장이 있었다. 그리고 작은 접시에 담긴 간장을 맛보라 권한다. 간장이 무슨, 하면 맛을 보니 짠듯하면서 맛있는 뒷맛이 놀랍다. 한쪽 구석에는 엄마가 간장 맛을 보는 동안 아이와 놀아줄 종이접기 시간도 준비되어 있으니, 일본인의 준비성에 또한번 놀란다.
다음으로 담백한 단맛이 있는 잼을 먹고 나니 중국의 술들이 반긴다. 역시 무뚝뚝한 중국답게 오든말든 신경을 쓰지 않고, 오는 이들에게는 화끈하게 독한 술 한 잔씩을 안긴다.
중국관을 지나고 나면 남미쪽 기업들이 반긴다. 인상적인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우루과이의 차와 와인이다. 한 잔씩 맛을 보는데, 아직 소개가 안된 게 희안할 정도로 맛나기는 하다. 아무래도 작은 국가, 작은 기업들은 무역자유화의 혜택에도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나름 재미있고, 재미난 상품들이지만, 엑스포라는 이름값에 비해 지나치게 작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해외기업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