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답답해서 나왔습니다. 수원시 팔달구는 부자동네가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소수 부자와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오랫동안 서민들의 눈과 귀를 가로막고 특권층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정치를 하면서도 마치 서민의 대변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이중반칙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신인’ 유문종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수원 팔달, [수원시 병])의 말이다. 대학 졸업 후 20여년이나 계속했던 시민운동을 떠나 직접 현실 정치에 도전한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절실했다. “팔달구가 바뀌어야 세상이 좋아진다”는 생각에서 나섰다고 했다.
“단순히 남경필 의원을 꺾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수원지역에 보다 건강한 정치풍토, 정치지형을 만들고자 합니다. 시민들의 삶 속에서 소통하며 실천하는 정치가 제 소명입니다.”
정치인 유문종은 ‘신인’이지만, 시민운동가로는 유명인사에 속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정책선거의 새장을 연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그간의 경험과 고민을 담아 <시민과의 약속 매니페스토(공저)>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다양한 정치인의 공약과 활동상을 평가하던 자리에서 이제 본인이 평가 대상이 된 셈이다. 그 느낌이 어떨지 물었더니 “솔직히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려 하니 적응이 잘 안 되고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렇다고 역지사지는 아니고요.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정치인들을 본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이번 선거에도 도움이 됩니다.”
유 예비후보를 지난 2일 팔달구 화서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 선거에 임하는 각오와 정책, 5선에 도전한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를 들어봤다.
“특권층 반칙정치 심판하고, 수원 팔달에서 시민정치 실현하겠다”
- 길 가던 유권자가 ‘유문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건널목 신호가 바뀌는 짧은 시간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한눈 팔지 않은 사람이다. 민주화운동으로 시작한 청춘을 야학교사, 시민운동, 마을만들기 운동으로 이어갔으며 정치인의 정책검증 전문기관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정치문화를 발전시키고자 헌신해왔다. 늘 약자와 시민 편에서 일 하고 제도를 만들고자 노력해온 활동가이다. 한마디로 수원 팔달에서 특권층의 반칙정치를 심판하고 시민정치를 실현할 사람이다.”
- 시민운동가 출신인데, 제도정치권 들어온 이유는?
“정치에서 돈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시민들의 자발적 회비와 후원금으로 운영해온 시민단체는 결국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용하는 단체운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시민단체의 시스템과 경험이 이제는 올바른 정치문화와 정치제도를 만드는 일에 녹아나야 한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나도 이에 공감해 책임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일에 나섰다. 즉, 시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자고 나선 것이다. 이제 돈봉투, 지역주의, 계파 등 소수와 집단의 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권력으로 운영되는 정치시대가 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는 이러한 시대변화를 선택할 것이라 믿는다.”
이 대목에서 유 예비후보는 “돈 정치, 지역정치, 계파정치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새누리당 돈봉투 사건과 과거 한나라당 차떼기에서 보듯 돈으로 정치권력을 잡고, 다시 그 돈을 보상받는 방식의 정치행태는 비단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 대표 공약은 뭐가 있나?
“우선, 우리 정치의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일을 하겠다.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 소통하는 의정활동구조를 위해 '시민의정소통위원회'를 구성하여 상설기구로 운영할 것이며 이는 시민에 의한 시민정치의 모델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으로 활동하였던 경험을 살려서 '매니페스토'를 법제화하겠다.”
정책 선거 전문가답게 유 예비후보의 대표 공약은 매니페스토 법제화였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유 예비후보는 국회 내에 ‘매니페스토 연구회’를 만들고 정치인과 후보들이 선거에 임하면서 매니페스토 공약서를 작성토록 하고 그 이행 과정을 상세히 소통하며 공약이행정보를 의무 제출토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나온 걸로 안다. 교육 관련 정책은 뭐가 있나?
“초중고교의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를 반드시 실현토록 하겠다. 수원 팔달구를 비롯해 전국의 도심학교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문제인데 팔달구의 남창초교나 신풍초교를 ‘도심 속 작은 학교’라는 특성화학교로 발전시키겠다. 인계동에는 중학교가 없어 영통구 진학을 하는 실정인데, ‘인계중학교 설립’에 대한 뚜렷한 대안도 갖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의 복지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제도화’할 것이며 ‘자립형 주민참여 어린이집’을 도입해 젊은 세대들의 육아문제를 함께 해결할 계획이다.”
- 수원의 중심이었던 팔달구는 현재 오래된 개인 주택비중이 높다. 이에 대해 개선책은 있나?
“좋은 지적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주거 환경과 안전, 편의문제 등을 해결해주듯이 개인주택 역시 ‘주거환경 개선 사업단’ 등의 시스템을 만들어 사회적 기업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유 예비후보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도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서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를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 모든 일들은 늘 시민과 소통하는 가운데 정책을 만드는 '시민의원'의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펴겠다”고 다짐했다.
- 공심위 강철규 위원장 3가지 질문이 화제다. 미래세대인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에 관한 질문과 99% 서민들의 아픔을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안, 그리고 경제의 가치와 사람의 가치가 충돌할 때 선택에 대한 문제였다. 면접 때 어떻게 답했나?
“내가 답한 전반적인 기조는 원칙이 바로 서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각종 특권과 불합리한 분야에 대한 개혁을 언급했다. 무한 경쟁의 시장자유주의가 낳은 이윤의 독점화를 독점이 아닌 연대의 정신이 살아나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을 통한 특권과 독점을 해소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발전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 내 순환경제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사회서비스분야의 일자리를 확대해서 생산과 복지가 선 순환되도록 사회분야 투자를 확대하자고 했다. 아울러 헌법이 규정한 노동 3권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자율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조법과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제 현실화를 제도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모든 일들은 결국 우리 사회 99%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이다.“
특히 유 예비후보는 경제의 가치와 사람의 가치는 상호 보완과 균형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세 번째 질문이 의미 있다고 했다. 경제의 가치를 무시하면 사람의 가치를 보편화할 수 없고, 사람의 가치가 존중되지 못하는 사회는 극심한 경쟁과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어 급격한 몰락으로 나아가게 된다 게 유 예비후보의 생각이다. 그는 “특권과 독점이 던져 준 폐해 속에서 99%가 삶의 고단함을 경험하고 있는 2012년의 대한민국은 사람의 가치를 강조하며 복원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비준한 한미FTA가 곧 발효된다. 어떻게 생각하나?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부때에 추진했던 한미FTA를 문제 삼으며 민주통합당을 공격하고 있는데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일이다. 폐기이든 재협상이든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비준한 현재의 한미FTA는 불공정한 요소로 가득하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최홍만 선수가 중학생과 격투기를 벌인다면 그걸 공정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한미FTA 발효를 서두르고 있는데, 불공정한 게임이란 걸 알면서도 경기일정을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다. 불공정 경기를 추진한 사람들을 교체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 팔달구 민주당 예비후보가 2명으로 압축됐다. 자신이 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면?
“유권자는 기성정치가 아닌 새로운 정치를 원한다. 그것은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 주인되는 시민개방의 정치인 것이며 제가 이야기하는 '시민정치'다. 최근의 모바일 투표나, SNS를 통한 정치참여 열기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렇게 개방적인 시스템도 실은 시민단체와 시민운동진영의 실험을 통해서 정치권에 도입이 가능해졌다. 시민단체와 매니페스토를 통해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시민들과 과감히 교류할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저 유문종이라 생각한다. 또한 당내 경선이 끝나도 야권연대의 과제가 남아있는데 유문종의 정체성이 연대감을 높여 선거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범야권의 정서에도 맞아 떨어질 것으로 자신한다.”
그러면서 유 예비후보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남경필’을 검색하면 나오는 연관검색어 중 민주진보진영의 인사로는 ‘유문종’이 유일하다”며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의 맞수가 유문종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민심 변화 시작됐다, 얼마든지 남경필 이길 자신 있다”
- 민주통합당 후보가 된다 해도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가 남아 있는데.
“‘산 넘어 산’이 아니라 ‘산을 넘었더니 그곳에 과실나무가 나를 반기고 있다’는 마음으로 야권연대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 과실을 따는 사람이 누구이든 함께 사다리를 올리고 광주리를 준비할 생각이다.
우리 사회를 바꿀 힘은 내 팔뚝의 근육이 아니라 함께 하는 어깨동무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특히 팔달구는 역대 선거에서 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한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척박한 지역이기에 야권연대는 절실하다. 또한 다가오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이번 총선부터 야권연대의 신뢰와 국민적 토대를 쌓아가야 한다고 본다.”
- 팔달구는 보수적이라 소문난 수원시내에서도 유난히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성향이 강세를 보여왔다. 지난 1996년 지역구가 생긴 이래 15대~18대까지 남경필 의원은 4선을 한 저력이 있지 않나.
“남경필 의원의 정치는 허상일 뿐이다. 서민들이 많은 팔달구에서 소수 특권층을 위한 정치를 해왔으니 그것이 위선이고 허상이 아니겠는가.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낸 새누리당의 쇄신파로 알려져 있는데 국회의원을 4선이나 하면서 반민주적이고 반서민적인 행태를 보인 것은 쇄신이 아니라 구태이다.
우리 선거캠프는 젊은 자원봉사자가 많으며 희망에 가득 차 있다. ‘돌아온 팔달구 매니아’를 의미하는 ‘돌팔매 TV’의 개국이나 스마트폰 어플을 활용한 홍보현수막, 유문종의 소통일기,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정책위주의 선거운동으로 이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민심의 변화는 시작됐다. 얼마든지 남경필 의원을 이길 자신 있다.”
최근 국회에서 권선구 서둔동(탑동)을 팔달구 선거구에 편입한 것에 대해 유 예비후보는 “일종의 꼼수”라면서 “인구 71만의 안산시도 선거구가 4개인데 인구가 110만을 넘어서는 수원에 선거구가 4개뿐인데, 이는 수원시민을 우롱하는 국회의 일방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 상하한선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조정하게 돼 있는 원칙에 따라 원점에서 다시 선거구를 조정해야 할 문제”라면서 “제19대 국회에서 이 사안을 반드시 해결해 110만 수원시민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 예비후보는 수원 서호초교와 수성중, 유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했으며, 수원 제일야학 교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한국청년협의회(KYC) 지도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수원시민배심법정 심의대상 결정위원, 혁신과통합 경기남부 상임대표, 민주통합당 중앙위원, 수원르네상스포럼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